외과의사의 꽃으로 불리는 흉부외과. 그 중에서도 칼잡이 중 칼잡이로 불리는 심장외과가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협심증과 함께 3대 심장질환의 하나인 허혈성 심장질환 치료를 스텐트와 약물을 앞세운 심장내과가 잠식하면서 메스를 잡고 싶어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허혈성 심장질환 관상동맥우회술 적정성 평가를 위해 전국 8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수술건술를 조사한 결과 수술건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전국에서 이뤄진 관상동맥우회술 건수는 6718건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조사에서는 수술건수가 6143건으로 줄었다. 10% 이상 수술건수가 줄어든 것이다.
이 자리는 스텐트 삽입술이 잠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주요수술통계에 따르면 2007년 만성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환자는 542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도에는 6881명으로 크게 늘었다. 무려 126%가 늘어난 수치다.
반면 관상동맥우회술은 2007년 720명에서 2011년 653명으로 10% 이상 급감했다. 환자수는 늘고 있지만 흉부외과의 영역은 줄어만 가고 있는 셈이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이미 왠만한 심장질환은 스텐트가 가능하다는 것이 환자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면서 관상동맥우회술을 기피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응급실에 심장질환 환자가 내원하면 1순위로 스텐트를 고려하고, 안되면 관상동맥우회술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며 "심장외과의 위상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난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흉부외과 의사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대로 내과에 잠식당할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다.
A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이제는 점점 폐 쪽으로 옮겨가 심장외과는 생존 위기"라며 "심장외과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직접 스텐트를 잡는 하이브리드 의사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과에서도 할 수 있는 시술을 칼잡이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면서 "오히려 흉부외과 의사가 보다 정교한 스텐트 수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고난도 수술에 집중해 심장외과만의 특수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B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부전 수술이나 부정맥, 혹은 로봇을 이용한 판막술 등 흉부외과의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며 "수술 건수는 적지만 중증도가 높은 고난도 수술로 흉부외과의 영역을 지켜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