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후 사후통보를 했다는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해도 원장님에게는 아무런 해가 안됩니다."
이 한마디를 놓고 한쪽은 "들었다", 다른 한 쪽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이 말 한마디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구 불일치' 문제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사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의협 노환규 회장이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동대문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 경험담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요약하면, 2009년부터 싼약 바꿔치기 조제를 해 왔던 B약사는 A원장에게 사후통보를 했다는 사실확인서에 서명해 줄 것을 요청하자 A원장은 거부했다.
실제로 사후통보를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 다시 말하면 B약사는 싼약 바꿔치기를 묵인해 달라는 의도였던 것이다.
A원장은 어떤게 된 일인지 살피기 위해 약국으로 내려갔다. 약국에는 심평원 직원 두명이 나와 있었고, 이들은 B원장에게 약국에 행정처분이 나올 수 있으니 확인서에 서명 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확인서를 써줘도 원장에게는 아무런 해가 될 것이 없다는 말과 함께.
이 이야기는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고, 의료계는 심평원이 약사를 봐주기 하고 있다, 심평원 직원들을 고발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사실 확인차 A원장에게 심평원 직원이 약사를 편드는 식의 발언을 했냐는 질문을 재차했다.
A원장은 "(심평원이) 조직적으로 약사들 편을 들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돌아가는 분위기는 사후통보 인정 확인서에 서명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사후통보 확인서에 서명을 해도 (나에게) 아무런 해가 안된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어떻게 보증해 줄 수 있냐고 되물었더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평원 "있을 수 없는 일…억울하다"
하지만 심평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2명의 심평원 직원들은 최근 대대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약국 청구불일치 문제로 현지확인을 나간 상황에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생긴 오해라는 것이다.
B약사가 대체조제 후 해당 의원에 사후통보를 했다고 주장하자, 심평원 직원들은 약사가 하는 말을 모두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확인서'를 받아와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A원장이 사후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자 심평원 직원들은 "사후 통보를 받은 적이 없으면 사실확인서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게 전부라고 밝혔다.
그리고 B약사에게는 사후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실확인서를 받았다. 싼약 바꿔치기 혐의가 확인된 셈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사실확인서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나온 대화 내용과 분위기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약사 봐주기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은 절대 한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