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수해 간 원외처방약제비의 20%를 병원에 반환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26일 인제대 백병원, 경희대병원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진료비 소송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지난 3월 대법원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약제비를 서울대병원으로부터 환수한 것은 정당하지만, 제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전액 환수한 것은 위법이며, 환자 본인부담금 역시 환수 대상이 아니라고 확정 판결한 바 있다.
이번 백병원, 경희대병원 판결은 대법원의 원외처방약제비 판례를 적용한 첫번째 사례다.
당시 대법원은 서울대병원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전을 발급해 공단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전액 환수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서울대병원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약제를 처방했다 하더라도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해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춘 처방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은 임의비급여 사건의 경우 2012년 6월 의학적 불가피성, 의학적 필요성, 환자 동의 등 3대 조건이 성립하면 과다청구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지만 원외처방은 그 법리가 제시되기 이전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의료기관이 원외처방으로 받은 요양급여비용은 처방료에 불과하고, 직접적으로 취한 이익이 없다는 점도 책임 감경사유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원외처방전으로 공단에게 발생한 손해를 모두 서울대병원에게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춰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환기시켰다.
다시 말해 서울대병원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은 모두 위법이지만 의학적으로 처방이 불가피한 사례 등 책임 감경사유를 판단해 손해의 범위를 다시 정하라는 게 대법원의 주문이다.
대법원은 "서울대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경감할 사유에 대한 심리 판단을 누락한 채 이 사건 원외처방전으로 공단에게 발생한 손해액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심(서울고법 판결)은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공단은 약국에 지급한 공단부담금 외에 환자가 약국에 지급한 본인부담금까지 손해에 포함시킨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본인부담금은 환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환수처분의 소멸시효가 3년이 아닌 10년이라며 병원계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고법은 이같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인용, 백병원과 경희대병원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해 원외처방한 약제비 중 80%를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2011년 공단이 환수한 원외처방약제비 중 환자 본인부담금만 의료기관에 돌려주라고 판결한 바 있지만 서울고법은 환자 본인부담금 외에 약제비 20%를 추가로 반환하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났다 하더라도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해 처방할 필요성을 갖춘 사례가 있어 병원에게 손해를 모두 부담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환자 본인부담금과 함께 공단이 환수한 9억 9785만원 중 1억 9957만원을 백병원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