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으로 배어들어
낙엽으로 허우적대다
툭 떨어질지언정
코끝이나 발끝이 아니라
온몸 젖는 일은
어떠한가
필명 유담으로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유형준 교수의 '비에'라는 시다.
그의 시는 최근 한국의사시인회 소속 의사시인 25명이 펴낸 시집 <닥터K>에 실렸다.
의사시인회 회장이기도 한 그를 최근 만나 의사 사회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들어봤다.
유형준 교수는 "의사들은 이미 인문학을 하고 있으며, 의사는 인문학을 하기에 최적화된 집단"이라고 단언했다.
이유는 '人文(인문)'이라고 쓰이는 한자의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월 문(文)'에 담겨 있는 뜻에는 '무늬'가 있는데 이를 '사람 인(人)'과 합치면 인문학은 '인간의 무늬를 보는 학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유 교수는 "인체를 한 번 만져보지도 않고 인문학을 한다고 할 수 없다. 의사들은 심장이 드러내는 무늬를 분자수준까지 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혈당치 하나만 보고도 당뇨여부를 알 수 있다. 피속의 무늬만 보고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깊은 곳에서부터 인문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만의 문화를 만들자"
의사들은 이미 인문학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인문학' 열풍이 부는 것은 왜일까.
유형준 교수는 "의료가 데이터 중심으로 치우쳐 버렸기 때문"이라며 "의사들은 모두 인문학의 대가들인데 소홀히 하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의사문화진흥원' 설립을 주장했다.
유 교수는 "의료계에서 의견만 내면 국민들은 반대만 한다. 의사에 대한 생각들이 좋지 않다. 바로 의사문화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의사는 의술보다는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허준이라는 명품이 있다. 의사들도 수가나 영상, 데이터만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람의 내면에 들어가서 고민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작은 부분에서 부터의 변화를 강조했다.
유 교수는 "예를들어 수해가 났을 때 의사 개인 이름으로 성금을 내는 모습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작은 부분에서 조금씩 변하면 어느 순간에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의사들 중에서도 장기려 박사 등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후배 의사들이 대우받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의사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