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당뇨약 시장은 손쉽게 정리된다.
'DPP-4 억제제 초강세, 그 중에서도 자누비아(시타글립틴)의 독주'가 그것이다.
대세 약물 속에서도 '자누비아'가 군계일학 성적표를 냈다는 소리다.
실제 '자누비아'의 지난해 처방액(UBIST 기준)은 무려 967억원이었다. 2위를 기록한 493억원의 '아마릴(설포닐우레아)'과 얼추 2배 차이가 났으니 말 다했다.
'가브스(빌다글립틴)' 역시 370억원으로 당뇨약 전체 3위, DPP-4 억제제 2위로 선전했으나 '자누비아'에는 크게 못 미쳤다.
그야말로 타 당뇨약에게 '자누비아'는 넘사벽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작년 6월 '자누비아' 천하에 호적수가 등장했다.
바로 4번째 DPP-4 억제 당뇨약 '트라젠타(리나글립틴)'다.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가 만든 이 약은 유한양행이라는 막강한 영업력과 출시 당시 타 DPP-4 억제제와는 달리 담즙 배출이라는 차별화를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결국 '트라젠타'는 출시 1년만에 '자누비아'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이 약은 출시 첫달 월처방액이 2억원에 불과했지만 가장 최근 집계 데이터인 올 6월에는 5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자누비아'와 '트라젠타'의 월 처방액 격차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 1월 두 약의 처방액 차이는 53억원이었지만 6월에는 32억원이 됐다.
의료진 역시 '트라젠타' 차별성에 매력을 느끼는 모습이다.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트라젠타는 95% 정도가 담즙으로, 나머지는 신장으로 배설된다. 타 DPP-4와 반대다. 때문에 트라젠타는 콩팥 기능이 안 좋은 환자들에게 쓸 때 용량을 줄여야 하는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콩팥 나쁜 환자가 얼마나 되냐고 물을 수 있다. 많은 자료를 토대로 쉽게 말하면 국내 5명 중 1명 이상이 콩팥이 안 좋다. 신장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 치료법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트라젠타'가 당뇨약 시장에서 '넘사벽'으로 느껴졌던 '자누비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