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원의가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밀린 방학숙제를 하는 기분이 든다"고.
실제로 많은 개원의들이 요즘 무더위에 숙제와 씨름을 하느라 지쳐가고 있다.
진료가 끝났는데도 혼자 진료실 구석에 앉아 평소 잘 쓰지 않던 워드를 켜고 독수리 타법으로 서류를 작성한다.
개원의들의 숙제는 바로 '검진기관 평가' 서류 제출. 내야할 지침서와 사진, 평가 항목은 왜 이렇게 많은지 해도 해도 줄어들지가 않는다.
휴가철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일반검진 110여개 평가 항목과 암검진 490여개의 평가 항목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부터 나왔다.
내야할 서류 리스트만 십여 페이지에 달하다 보니 평가 항목을 숙지하는데만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제대로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지 않으면 D등급을 준다"는 정부의 엄포를 듣고 있노라니 초등학교 시절 윽박지르는 담임의 모습이 떠오른 것도 같다.
검진기관 평가 서류 제출 기한을 불과 열흘 앞둔 개원가의 풍경. 방학 숙제를 하듯 서류 작성에 매달리던 한 개원의는 기자에게 말했다.
3차를 지나 4차년도에도 이런 통과의례를 겪어야 할 것을 생각하니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얼마나 알차게 방학을 보냈는가 보다는 숙제를 얼마나 잘했냐로 '수우미양가'의 성적표를 매기겠다는 엄포 앞에 개원의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