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자신 있다면 신임투표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지금 의협 집행부는 정면돌파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시 북부병원 권용진 병원장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의사협회 집행부는 물론 의료계 내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며 한마디했다.
그는 의협 김재정 집행부 당시 최연소 대변인에 이어 서울의대 의료정책실 교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두루 쌓아온 인물로, 최근 의료계 내부 갈등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윤리위원회 권위 추락·소통방식 틀렸다"
권 병원장은 "집행부 내부에 갈등을 키워놓은 상태에서 투쟁위원회를 구성해 투쟁에 나서는 것은 누가 봐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정면돌파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가 말하는 정면돌파란, 의협회장 신임투표를 실시해 회원들에게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회원들에게 재신임을 받는다면 회원들도 노 회장을 따라주는 게 맞다"고도 했다.
그는 또 "현재 비대위를 구성해 투쟁에 나서자는 노 회장의 제안에 대해 대한의학회, 개원의협의회 등에서 지지하지 않는 실정"이라면서 "적어도 의협 대의원회를 거쳤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의협 내부 갈등의 요인을 2가지로 꼽았다.
첫번째는 의협 윤리위원회와의 첫단추를 잘못 꿴 것이고, 두번째는 회원과의 소통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이다.
그는 "노 회장은 경만호 전 의협회장과 관련해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윤리위원회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정치화하면서 내부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노 회장의 SNS를 통한 회원들과의 1:1소통 방식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의협은 회장 개인이 움직이는 게 아닌 의협 상임위원회라는 운영조직에 의해 굴러가야 한다"면서 "SNS에 회장 개인의 의견을 공유하기 전에 의협 상임위원회의 의견과 회의 결과 등을 올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즉, 회원들과 의협 상임이사회 의견이 아닌 회장 개인의 의견으로만 소통한 것이 의협 내부 갈등을 더욱 키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의료계 전문가 단체 내부갈등 접고 위상 회복해야"
또한 권용진 병원장은 최근 의료계 내부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언급하며 2000년 초반 의약분업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의약분업 당시 반정부 집회에 나섰던 젊은 의사들과 이전까지 관변단체 성격이 짙었던 의협 집행부간의 갈등이 시작됐다고 봤다.
특히 의약분업 선봉에 섰던 김재정 회장이 의협을 이끌면서 패배감을 맛본 젊은 의사들에게 더 나은 대안을 논의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는 정부를 향해 투쟁의 깃발을 든 것이 현재 신구 갈등의 시발점이 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그는 의료계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의협이 태생적으로 관변단체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른 선진국의 의사집단은 자생적으로 생긴 것으로, 스스로 집단화함으로써 그들만의 전문성과 의료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과정을 거쳤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만든 법정단체로 관변단체로 시작하다보니 사회적으로 전문가 단체의 역할을 하는데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권 병원장은 의사단체가 전문가 단체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 전문지식, 윤리의식, 사회적 역할 등 3가지를 꼽고 각 의사단체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학회는 세부전문의 제도로 세분화됨과 동시에 이익단체가 되어 수가인상을 위해 복지부에 로비를 하는 실정"이라면서 "의학지식에만 집중해야하는 학회가 수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의과대학이 대학병원의 수익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되면서 의대가 절대 자본에 잠식됐다"고 지적하며 "의료계의 전문가적 정체성은 전문지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의협 윤리위원회는 정치적으로 휘둘리거나 권위가 떨어져선 안된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도 제시했다. 한국사회에서 의사집단은 엘리트집단이 모여 있는 만큼 사회적 역할도 크다는 게 그의 생각.
그는 "의료문제는 의료인이 가장 잘 알고 전문가인 만큼 의사가 직접 나서 대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정책에 대해 실체없이 반대만 하기보다는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해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면서 "의료계 내부에선 당연한 것이라도 사회적으로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의료계 대표 단체인 의사협회가 그 위상을 갖추려면 전문가단체와 이익단체의 역할을 분리해 철저하게 전문가단체의 성격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그는 "수가협상은 의원협회 등 이익단체가 나서고, 의협은 전국 의사회원들을 대표하는 전문가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의사단체의 위상을 바로 잡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