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의학저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서는 최근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같은 고도의 철학적 개념이 들어가는 질문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인프라도 없는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NEJM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의학저널 중 하나로 인용지수(IF)는 2011년 기준 53.2로 네이처나 셀보다도 훨씬 높다.
#i1의사조력자살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다. '적극적 안락사'라고도 한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4개국에서 투표에 참여한 2356명 중 64.6%, 미국 독자 1712명 중 67.3%가 '반대'에 한표를 행사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잘라말하며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허대석 교수는 "적극적 안락사는 네덜란드 등 극소수 나라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세계 의료사회에서도 못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설문조사 결과가 이상할 것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 안락사는 고도의 사회, 철학 이야기가 논의돼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것들을 논의할 인프라 자체가 안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나라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도 제도화 안돼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극단적인 부작용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극단적 반사회적 현상으로 최근 경기도 포천에서 일어난 일을 소개했다.
뇌종양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는 투병이 힘들다며 죽여달라고 했다. 이에 가족들은 가족회의를 열고 결정을 내렸다. 아버지를 편안하게 보내드리기로.
가족들은 한자리에 모였고, 20대 큰아들은 아버지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죄책감에 아들은 자살기도까지 했다.
이 사건을 접한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화를 적극 주장했다.
학회는 "선진국은 말기암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간병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공호흡기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행위에는 건강보험 비용을 지불하면서 말기암환자에게 필요한 호스피스진료는 수가조차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학회는 "사회적 차원에서 먼저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