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공약 이행 방안이 올해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암 등 4대 중증질환 급여화 개선방안에 이어 연말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 방안을 공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청와대의 의지를 반영해 증세 없이 현 건강보험 재원에서 공약 이행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바꿔 말하면, 수요자의
지불 비용 경감을 위해 공급자가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알다시피, 4대 중증질환 급여화는 암과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 159만명을 대상으로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필수급여와 선별급여로 구분해 보장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의료계의 우려는
급여화로 포장된 반 토막 수준의 보상책이다.
10월부터 시행되는 초음파 급여화만 보더라도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행수가 절반 수준의 급여화가 결정된 상태이다.
이미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재정 소요 비용을 사실상 확정했다.
올해 3천억원을 비롯해 2017년까지 약 9조원의 건보재정을 투입해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추진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3조원이 넘는 건보재정 흑자분 등을 활용하면 재정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 손실 발생시 공급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압박정책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보건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는 "복지부가 국정과제로 이름을 바꾼 대선 공약에 매몰되어 있다"면서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철칙 속에서 정책이 왜곡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계가 긴장하는 것은 4대 중증질환 급여화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연말 발표될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는 병원계에서 대재앙으로 회자되고 있다.
복지부는 2011년 기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의 연간 소요재정을 7400억원으로 추계했다.
이 추계를 전제로 하더라도, 보장성 강화 명목으로 급여화할 경우 최소 3000억~4000억원이 한순간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저수가에 따른 병원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복지부가 합법화 해준 제도이다.
4대 중증질환 급여화라는 대선 공약으로 인해 한순간에 도매금으로 한데 묶인 3대 비급여를 복지부 스스로 환자 과다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폐지까지 검토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더욱이 대책 발표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손실 보전책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복지부가 24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전문가와 시민단체, 병원계로 구성된 '국민행복의료기획단' 발족 이후 3대 비급여 관련 8차례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선택진료비 폐지 또는 축소, 유지 그리고 상급병실료 관련 일방병상 비율 제고 등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당연히 제도개선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 보전 방안도 공중에 뜬 상황이다.
보건복지위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감에서 3대 비급여 등 보건의료 공약 이행방안을 놓고 야당의 치열한 공세가 예상된다"면서 "복지부가 명확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보건의료 공약 이행의 또 다른 맹점은 의료전달체계의 부재이다.
복지부는 대형병원 환자집중 등 의료왜곡 방지를 위한 의료체계 개선도 연내 수립한다는 밝혔으나,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지 의문이다.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를 통해 본인부담을 대폭 경감한 상태에서
환자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의원급과 병원급의 무한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최근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 상당수가 토요일 외래에 가세한 현실은 상대적으로 의원과 중소병원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박상근 회장은 "현 정부가 4대 증증질환 급여화와 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까지
의료계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면서 "입원 수가 인상 등 보전책이 없다면 대형병원 붕괴는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진영 장관 사퇴설로 대두된 기초연금 차등지급과 같은 현실적인 수정 방안을 보건의료 공약에도 적용하는 현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