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병원계는 환자들에게 임의로 진료비를 비급여하는 집단으로 내몰렸다.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심평원이 제출한 '최근 3년간 진료비확인 처리현황' 자료를 근거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의료기관들이 9만 3393건, 156억 4856만원의 임의비급여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환불했다고 폭로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해만 보더라도 병의원들이 처치, 일반검사, 의약품, 치료재료 등 급여 대상 진료비를 임의로 환자들에게
비급여 처리하다 적발돼 18억 6천여만원을 환불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심평원은 진료비를 과다청구하는 요양기관에 대해 징벌적 배상 조치를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환자 본인부담금 과다청구, 소위 임의비급여는 의료기관이 보험급여 대상 진료비를 비급여로 받거나, 이미 수술료 등에 반영된 치료재료비용을 별도로 받는 것을 의미한다.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를 사용한 후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것 역시 임의비급여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도 "진료비 과다청구 가운데 53%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을 환자들에게 비급여한 것이며, 환자들이 진료비 확인청구를 했다고 병원에서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23%가 자진취하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과 관련, ▲의학적 불가피성 ▲의학적 필요성 ▲환자 동의 등
3대 조건이 성립하면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과다청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임의비급여=부당청구'라는 기존의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의료기관의 도덕성을 의심할 뿐 임의비급여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현재 병원계는 임의비급여라는 말만 나와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2008년 여의도성모병원에 대한 170억원 과징금 및 환수처분 사례에서 보듯이 임의비급여가 적발되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복지부가 요양급여기준을 대폭 개선하면서 임의비급여가 크게 줄었다는 게 병원계의 주장이다.
심평원 통계를 보더라도 임의비급여에 따른 진료비 환불액은 2007년 150여억원을 정점으로 매년 크게 줄고 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아무리 의학적인 타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칫 5배 과징금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수들에게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면서 "의사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B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이제 대학병원에서 임의비급여가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면서 "심지어 삭감을 감수하면서까지 보험급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환기시켰다.
하지만 심평원의 통계를 보면 이런 병원계의 주장이 무색하다.
심평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12년도 진료비 확인신청' 결과에 따르면 한해 동안 2만 4103건의 진료비 확인 민원이 들어왔고, 이중 절반에 가까운 46.3%인 1만 1568건에 대해 병원으로 하여금 환불하도록 조치했다.
진료비 확인신청은 환자의 진료비 영수증에 기초해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료기록부 등의 자료를 제출받아 급여 대상을 임의비급여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제도다.
총 환불금액은 45억 4000만원이었으며, 이중 40.7%가 진료비를 별도로 산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중으로 비급여 처리한 것이었다.
급여 대상 진료비를 임의비급여 처리한 것은 35.7%, 환불금은 17억 1000만원이었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임의비급여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심평원이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58조 제1항에 따르면 요양기관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를 한 경우에는 요양급여비용 심사청구서 및 요양급여비용 명세서 등의 서류를 5년 동안 보존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를 받은 날로부터 5년 안에 진료비 민원을 신청, 임의비급여한 것으로 확인되면 환불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평원이 2012년 환불한 금액은 민원을 낸 환자들은 2007~2012년 중 진료를 받은 것이지만 마치 의료기관들이 한해 동안 45억원어치 임의비급여한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B대학병원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진료를 받았더라도 진료비를 모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민원을 제기하는 게 일반적인데 심평원은 1년 동안 임의비급여한 액수가 45억인 것처럼 발표해 의료기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