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과의사들의 취업 형태를 파악한 결과 봉직의가 개원의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률 또한 타과에 비해 두배에 달하고 있다는 우울한 조사 결과도 나왔다.
29일 대한외과의사회(회장 이동윤)는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지난해 실시한 회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동윤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외과 개원의보다 봉직의가 더 많은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이는 외과가 처한 개원가의 현실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현재 외과의사의 봉직률은 60% 정도. 개원율은 40% 정도로 봉직률이 개원율을 앞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는 "이미 개원의들 중에는 전문의를 취득하고도 절반이 외과라는 명칭을 안 쓴다"면서 "개원가에서 수술도 못하고 피부, 미용을 하느니 차라리 봉직을 선택하려고 하는 경향이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내외산소라 불리는 주요 과를 살릴 수 있는 장기적인 의료정책이 중요한데 정부의 의료정책은 단기적으로만 흐르고 있다"면서 "수가 인상 없이 미봉책으로 외과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는 결코 큰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질책했다.
이 회장은 "트레이닝 받을 때는 실려온 환자를 살려서 걸어나가게 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티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우리가 먼저 쓰러지게 생겼다"면서 "후배들이 자신감도 없고 과 선택에 대한 회의감도 느끼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개원현황 전수조사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 회장은 "작년 취임 후 6월부터 11월까지 이벤트사에 의뢰해 개원현황을 전수조사했다"면서 "작년 초 개원 신고한 사람 중 연말에 폐업한 사람이 23.8%에 달했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타과 평균 폐업률이 10% 이내라는 점에서 외과만 유독 2~3배에 달하는 높은 폐업률을 보이고 있는 것.
그는 "이는 의료정책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소리"라면서 "이제는 워낙 외과 진료만으로는 안되니까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피부, 미용의 영역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학회에 교류차원에서 중국의사들도 40~50명 정도를 초청했다"면서 "의사회가 의료학술세미나 전문기관으로 바뀌어 중국 등 동남아에 학술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안도 생존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작년에는 외과의 자존심을 위해 미용과 성형을 배제하고 철저히 외과 영역으로 학술대회를 마련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엔 우리의 현 상황을 직시하고 살길을 모색하자는 차원에서 피부, 미용 등의 강좌를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