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채민 전 복지부 장관은 산부인과의 파격적인 수가인상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국감에서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이 전문과목별로 수가 조정폭을 차등화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저출산대책의 일환으로 분만, 주산기 등의 수가 인상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임 전 장관은 산부인과의 경우 다른 진료과 수가인상률의 1.5배를 적용해야한다는 김 의원의 주장에 올바른 방향이라며 동조했지만 그가 약속한 파격적인 변화는 없었다.
매년 국정감사 단골메뉴로 3D 기피과의 회생방안이 등장하지만 허공의 메아리가 될 뿐 실질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의료계도 문제의 심각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해답을 알 수 없어 답답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9년 전현희 의원은 광주·전남지역에서 지난 5년간 단 한 차례도 분만시술을 하지 않은 산부인과가 수두룩하다고 지적하며 문제를 삼았지만 이는 이미 식상한 소재가 된 지 오래다.
이정선 의원도 같은 해 국감에서 2007년 이후 계속해서 산부인과 의료기관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산부인과를 늘려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
게다가 정부가 흉부외과 등 기피과에 대한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수련보조수당제를 도입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전공의 지원율은 여전히 저조한 가운데 병원의 배만 불려줬다는 평가가 잇따른 것.
지난 2010년 국감에서 손숙미 의원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흉부외과 수가인상으로 진료수입이 44억원에서 83억원으로 87% 증가했지만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데 사용한 예산은 4억 9천만원에 불과했다.
경북대병원 또한 13억원의 추가수익이 발생해 103%의 수익증가에도 불구하고 흉부외과 지원에는 8천 7백만원을 지원한 게 고작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기야 정부는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사업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도 의료계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사이 3D기피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전국 대학병원 레지던트 1년차 원서접수 결과 빅5 수련병원조차 3D 기피과는 미달을 면치 못했다.
서울대병원 외과는 15명 모집에 13명 지원에 그쳤고, 흉부외과와 산부인과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세브란스병원 외과도 17명 정원에 6명이 지원했으며 흉부외과 역시 4명 정원에 절반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삼성서울병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3D기피과라도 빅5 수련병원은 정원을 무리없이 채웠는데 얼마 전부터는 대형병원도 빨간불이 켜졌다"면서 "불과 몇년 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안일한 제도 개선으로는 3D기피과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서 "정부가 파격적인 제도 개선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위협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3D기피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매년 말잔치로 끝난 기피과 회생방안이 이번 국감에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