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동아제약(현 동아ST)으로부터 1000만원 이상 동영상 강의료를 받은 의사 18명 전원에게 유죄와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는 뭘까.
메디칼타임즈는 1일 동아제약 리베이트사건 판결문을 입수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7형사부 성수제 재판장은 이번 사건을 합법을 가장한 리베이트라고 판단했다.
▲강의 내용이 부실하고 ▲동영상 교육 대상 선정이 처방액과 비례해 선정된 점 ▲의사 역시 강의료가 처방 증대 및 유지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다.
다만 법원은 의사에게 교육용 동영상 촬영을 부탁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며 동아제약 사건처럼 정황을 따져봐야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사 18명에게 왜 유죄 판결이 불가피했는지 살펴봤다.
"동아제약 'DCC' 리베이트 제공 수단으로 탄생"
동아제약은 2008년경부터 DCC(Donga Clinic Coordinator)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DCC란 현금과 법인카드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처 병의원에 필요로 하는 물품과 용역 등을 외부 에이전시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에이전시는 구매한 품목과 달리 기타 광고비, 홍보물 관리비 명목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동아제약에 대금을 청구한다.
동아제약은 이로 인해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고 법인세 절감 효과를 얻게 된다.
결국 DCC란 현금 제공 위험을 방지하면서 세제상 혜택을 얻는 한편 에어전시 업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동아제약 처방액 따라 강의 대상 선정
강의 대상은 의사와 지명컨설팅(동영상 제작 에이전시)이 협의해 정하는 것이 아니다.
각 병의원의 동아제약 의약품 처방실적이나 예상실적 등을 반영해 사전에 동아제약과 지명컨설팅이 조율한다.
평균 리베이트 비용이 20%인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때 월 500만원씩 동아제약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에게는 월 100만원, 연 1200만원의 리베이트 금액이 발생하므로 그에 맞게 강의 편수가 결정된다.
4편 제작하고도 12편 강의료 지급
강의 편수대로 강의가 진행되지도 않았다.
1, 2회 정도 강의를 하고 지명컨설팅이 편집해 동아제약에서 정해준 대로 강의편수를 맞췄다.
지명컨설팅은 강의내용이 부족하더라도 독자적으로 강의를 중단할 수 없었다.
또 강의 분량이 부족하거나 너무 일반적인 내용으로 차별화가 어려울 경우 인터뷰를 해서라도 강의 분량을 보충했다.
그마저도 안되면 강의편수를 조작했다. 피고인 장모씨의 경우 4편의 동영상이 제작되고도 12편에 해당되는 강의료가 지급됐다.
15~20분 부실 동영상 찍고 강의료 230만원
강의료는 15~20분의 동영상 강의 후 동아제약 영업사원 300명이 2개월간 수강하는 것을 전제로 강의당 300만원(5000원*300명*2개월)으로 산정됐다.
지명컨설팅은 동아제약으로부터 강의당 300만원을 받아 수수료 20%를 제외한 나머지 80% 중 소득세 4.4%를 원천징수한 뒤 229만 4400원을 의사들에게 지급했다.
강의 주제는 동아제약 영업사원을 위한 교육용 강의라고는 하나 수요자에 맞게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의사들은 각자의 전문분야나 관심분야에 따라 자유롭게 강의주제를 선정했다. '감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 등이 그것이다.
동아제약 영업사원 대부분 동영상 시청 안해
엠라이브러리라는 동영상은 동아제약 영업사원들의 온라인 교육을 위해 제작됐으나 정작 동아제약에서 이를 관리하거나 담당할 사람은 없었다.
또 교육일정이나 계획이 따로 정해진 것도 없다.
애초부터 로그인 기록도 남지 않게 설계됐으며 심지어 동아제약 영업사원 대부분이 엠라이브러리를 시청하지 않았다.
설문조사 병의원당 663만원 책정…내용은 지나치게 부실
엠리써치라는 설문조사는 또한 DCC의 일종으로 엠라이브러리 강의를 불편해 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방식은 2대의 아이패드가 운영되고 2명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하루당 19만 5000원(인건비 12만원, 식대 및 관리비 5만원, 지명컨설팅 관리비 2만5000원)으로 하고 조사기간을 1.5개월(근무일수로는 34일)로 해 병의원당 663만원으로 했다.
하지만 동아제약 요청에 따라 조사기간이 줄기도 늘기도 했다.
설문 내용은 지나치게 빈약하고 상식적이어서 별다른 가치가 없었다. 때문에 누구를 위해 설문조사를 하고 결과가 어디에 제공되는지도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