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에 검은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지난 8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서울대병원의 경영 정상화는 한 발 더 멀어졌다.
"파업 장기화되면 병원경영 압박할 것"
당장 응급실은 물론 외래 및 입원에 문제는 없지만
파업 장기화로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면 의료수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도 40일 넘게 파업이 장기화 됐을 당시에도 병원 측은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더 문제는 9년 전과 크게 달라진 병원 환경이다. 특히 최근 환자 수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이동은 상당한 파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한 의료진은 "9년 전에는 서울대병원의 브랜드파워가 더 강력했기 때문에 파업이 끝나면서 금새 경영상태를 회복했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이대로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대병원 이외 대형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반면 환자 수는 감소세에 있다보니 한번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 환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서울대병원 노사 모두 이를 의식해 양측 모두 조속히 합의점을 찾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극명해 간극을 좁히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정 바닥 난 병원 vs 납득 할 수 없는 노조
그렇다면 서울대병원은 왜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른 것일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줄 게 없는 병원'과 '고통 분담을 수용할 수 없는 노조'간의 갈등이다.
노조는 병원의
무리한 투자에 따른 경영 악화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병원의 경영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 임금인상이 가능하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서울대병원은 2009년에 이어 2010년 동결한 이후 2011년과 2012년 각각 기본급 4%+2만원, 기본급 3%을 인상했다.
노조는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의 특성상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전입액과 국고보조금을 반영한 실제 경영수지 기준으로 지난 2009년 318억원, 2010년 485억원 흑자를 봤으며 2012년에는 10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병원 측이 교수들의 선택진료비를 30% 감축하면서까지 고통분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의 명분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병원 측이 '진짜 줄게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오병희 병원장이 노조와 신경전을 벌인다기 보다는 보여줄 패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480억원의 손실에 이어 올해말까지 6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4대중증질환 및 3대 비급여 등 병원계
악재가 겹쳐 여력이 없다는 게 병원 측의 입장이다.
이미 또 서울대병원 이외에도 상당수 대형병원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어 병원 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대병원 정진호 기획조정실장은 "노조의 요구에 따라 임금을 인상해주고 싶어도 경영난이 심각하다"면서 "오죽하면 교수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했겠나. 동결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