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제약업계가 크게 삭막해졌다.
경쟁사 영업·마케팅 방식에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일이 부쩍 잦아지고 있는데 심지어 상대방 영업 현장을 몰래 촬영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야말로 서로의 허물을 캐려고 눈에 불을 켜는 모양새다.
국내 A사 PM은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냥 넘어가던 것들이 이제는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쟁사와 회사 기밀도 서로 공유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어림없다. 괜히 누설했다가 어떤 부메랑이 날아올지 모른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어 "아무래도 쌍벌제, 약가인하 등으로 산업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업계도 동반자보다는 경쟁자가 되버린 형국이다. 최근에는 제품 브로셔가 너무 비슷하다는 항의도 받았다. 심지어 영업 행태를 몰래 촬영까지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A사 PM의 한숨처럼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B사는 경쟁사 C사의 항의로 올 상반기 진행하던 마케팅을 접었다.
B사는 지방을 돌며 해당 지역 유명 의료진을 초빙해 환자 대상 질환 교육을 했는데 C사가 마케팅에 불법 소지가 있다고 딴지를 걸었기 때문이다.
C사는 B사는 행사에서 제품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관련 질환에서 B사 약이 대표적인 만큼 질환 교육 자체가 환자에게 '전문약 간접 광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B사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마케팅을 중단하기로 했다.
B사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마케팅이다. 하지만 경쟁사에서는 눈엣가시로 보였나보다. 쌍벌제법이 워낙 애매해 걸고 넘어지면 혹시나 안 좋은 일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마케팅을 철수했다"고 회상했다.
다국적 D사 사내 변호사도 삭막해진 제약계를 몸소 느끼고 있다.
그는 "경쟁사로부터 '그 마케팅 불법 같다'는 내용의 항의 전화 및 메일이 부쩍 늘고 있다.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서로를 공격하는 일이 잦아졌다. 동반자는 옛말이 된지 오래"라고 한숨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