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누누이 낙상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침대에서 떨어져 사고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병원이 1억 6천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E병원의 과실을 일부 인정해 환자 A씨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A씨는 1987년 뇌졸중으로 인해 좌측 부전마비 증상이 남아 왼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1988년 심장판막치환술을 받은 후 혈액응고저지제인 와파린을 장기 복용해 왔다.
그러던 중 2010년 7월 오한, 오심 등의 증세를 보이고, 체온이 39.2도까지 오르자 E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E병원은 A씨에 대해 혈액검사를 한 결과 혈소판 감소증 소견이 있고, 혈액응고검사수치가 정상범위보다 연장돼 있음을 확인하고 와파인 복용을 즉시 중단시켰다.
또 A씨를 낙상위험환자로 구분해 이후
수차례 A씨와 보호자들에게 출혈의 위험이 높아 부딪히거나 침대에서 낙상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교육했다.
이어 병원은 심내막염을 의심해 심장초음파검사를 하기로 했다.
당시 A씨의 며느리는 검사실 밖에 대기하면서 검사 담당자인 임상병리사 G씨에게
A씨가 이뇨제를 복용해 소변을 자주 보므로 검사 도중 소변이 마렵다고 하면 자신을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G씨는 A씨가 검사 도중 소변이 마렵다고 하자 검사장치를 떼고
'L'자로 침대 위에 앉힌 후 침대 난간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며느리를 부르러 나갔다.
하지만 A씨는 그 사이
스스로 침대 아래로 내려오려다 넘어지면서 엉덩이를 바닥에, 오른쪽 상체와 머리를 검사기계에 부딪혔다.
G씨는 A씨가 엉덩이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것 외에 특별한 이상 증세가 없자 소변을 보게 한 후 그대로 검사를 진행했다.
병원 의료진은 낙상사고로 인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검진을 시행한 결과 엉덩이 부위에 멍이 든 상태였지만 의식이 명료하고, 신경학적 증세가 확인되지 않자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얼마후 갑자기 의식이 저하돼 뇌 CT를 촬영한 결과 우측 전두엽 지주막하 출혈과 좌측 전두엽 뇌 내 출혈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고, 현재 최소 의식 보유, 사지마비, 인지 및 언어장애 등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진료계약상 환자보호의무를 소홀히 해 낙상사고가 발생했고, 그로 말미암아 머리 부위에 충격을 받고 뇌출혈을 일으켜 장애를 입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가 스스로 침대 아래로 내려오려다 넘어진 게 아니라 전신이 쇠약한 상태여서 중심을 잃고 그대로 떨어진 것이어서 A씨에게는 낙상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이 없다는 A씨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몸을 가누지 못해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면 인체 중 가장 무거운 머리부터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에 머리와 오른쪽 상체에 외상이 남아 있어야 하지만 엉덩이 부위에만 멍이 들었다"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법원은 "A씨는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낙상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교육을 받았음에도 검사담당자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은 채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오려다 낙상에 이른 과실이 있다"면서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