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의협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노환규 위원장은 4일 부산을 시작으로, 창원, 대구 등을 돌며 의사 회원들과 소통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하며 대정부 투쟁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7일 의사 대표자 300여명은 의협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15일 전국의사궐기대회 서막을 알렸다. 의사 대표자들은 "대한민국 건강보험제도는 의사들의 일방적인 희생에 의존해 유지되어 왔지만 이제 더 이상 희생을 강요받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이들은 "회복 불능 상태로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대투쟁의 선봉에 선다"고 선언했다.
의료계의 대정부 요구안은 △원격의료,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의료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 중단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 건강보험제도 개혁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하는 대체조제 활성화, 성분명 처방 추진 중단 및 선택분업 전환 △관치의료 중단 및 합리적인 의료정책 결정구조 보장 등이다.
사실 우리나라 의료는 대위기에 봉착해 있다. 의료전달체계 자체가 붕괴하면서 의원과 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이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보험료를 한푼도 올리지 않는 대신 의료기관에 고통을 전가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리베이트 쌍벌제, 아청법 등으로 인해 의사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다만 의료계는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대정부투쟁을 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13년 전 의약분업 반대투쟁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의협 노환규 회장이 보건의료노조와 원격진료 도입 저지를 위한 연대에 나선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할 만하다. 좌파, 우파를 떠나 시민사회단체와 대화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은 정치권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번 대정부투쟁에서 의료계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