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송명근 교수 제명의 의미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학계에서 '고립'됐다. 심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에서 이제 그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의사 집단에서 동료를 인정하지 않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심장학회는 9일 이사회를 열고 송명근 교수를 학회원 명단에서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2년만이다. 지난 5월 전체 이사회에서 징계 심의를 결정하고 6개월간 윤리위원회에서 송 교수에게 소명자료 제출 등 과정을 거쳤다.
징계 심의 결정이 내려지자 송 교수는 6월에 스스로 회원 탈퇴를 신청했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징계 안건을 진행했다.
제명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에게 수술을 했다는 윤리적인 부분, 정부가 고시를 통해 막은 시술을 현재도 과학적 검증 없이 계속 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는 위법적인 부분 등이다.
심장학회는 "비과학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들로 인해 의사의 품위를 훼손하고 학회 및 의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심장학회 관계자는 "다른 것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안해도 되는 환자를 수술한 점'이다. 윤리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송명근 교수는 국내학회에서 학술 활동 통로가 막혔다.
학회원 명단에서 제명이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강제적인 부분은 없지만 심장 전문가들이 학자로서의 송 교수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논문을 낼 곳이 없어졌다.
한국의료윤리학회 관계자는 "보통 회원 자격이 있어야 논문을 받기 때문에 논문을 낼 곳이 없다는 것은 활동할 곳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회를 통해 논문만 내는 게 아니다. 학술적 의견을 교류하고 상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답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의대 예방의학교실 배종면 교수도 "외국 학회 쪽으로도 논문을 투고는 할 수 있겠지만 피어리뷰 과정에서 (제명 조치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학회원 '제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학회가 윤리적인 부분에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의료윤리학회 관계자는 "학회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관대한 경향이 있다. 굳이 누가 잘못해도 비난하기 보다는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사이 학회안에서도 윤리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윤리위원회는 사고가 난 다음에 달려들기 보다는 사전에 비윤리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학회원 제명만으로 감시 강화할 수 없다"
이번 심장학회의 송명근 교수 제명 조치가
정부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데에는 큰 역할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모두 절차에 따라 진행할 뿐이라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송 교수의 의사 자격이 박탈됐다면 모르지만, 학회 회원 제명만으로 진료와 수술을 특별히 감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바수술 한시적 비급여 고시를 이미 삭제한 상태"라는 말만 반복했다.
심평원 관계자 역시 "특별히 카바수술을 계속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심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안이 있으면 진료기록과 수술기록을 해당 병원에 요청해 세밀히 심사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일각에서는 학회가 이례적으로 회원의 윤리적인 부분을 문제삼아 '제명'이라는 결단을 내린만큼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의협은 당장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