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국적 A제약사와 미팅하는 날이다. 품목 제휴 후 마케팅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첫 만남이다.
멀리서 상대방이 보인다. 언뜻 보니 동년배로 보여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다국적사 B사 마케팅부 과장 OOO입니다."
"반갑습니다. 다국적 A사 마케팅팀 부장 OOO입니다."
부장? 명함을 받고 다시 상대방을 쳐다보고 물었다.
"이곳에 오신지 오래 되셨나봐요. 전 이제 10년 차인데..."
"아니요, 저도 10년 갓 넘었습니다. 저희 회사가 좀 직급이 후합니다."
최근 국내-다국적사는 물론 국내-국내사, 다국적-다국적사 간 품목 제휴가 빈번해지면서 에피소드 역시 많이 생기고 있다.
특히 직급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도 펼쳐진다.
다국적 B사 관계자는 "품목 제휴사와 미팅을 하다보면 연차는 비슷한데 직급은 두 단계 정도 차이 나는 경우가 있다. 직급을 후하게 쳐주는 곳과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직급이 낮으면 내심 기가 죽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물론 회사 상사는 아니지만 과장인 내가 상대방을 부장님, 부장님 부르다보면 왠지 부하가 된 느낌이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고 서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D사 PM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그는 "품목 제휴를 맺은 다국적 M사와 첫 마케팅 미팅을 가진 적이 있는데 그쪽도 부장이 나와 비슷한 연차로 봤다. 하지만 M사 부장은 저보다 4년 이상 경력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람인지라 같은 부장이면 편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회사마다 직급 체계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조심하고 있다. 품목 제휴가 많아지면서 이런 일이 잦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