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들은
클로미프라민 성분 국산
조루약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얼마전 기자와 만난 유명 A병원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프릴리지(다폭세틴)'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나온 토종 조루약. 현장에서 어떤 논란이 있는 것까.
국산 조루약을 두고 의료진 사이에서 적잖은 견해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한 쪽은 '믿을 수 없는 약'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반면 다른 쪽은 '엄연히 식약처 허가를 받은 입증된 약'이라고 맞서고 있다.
A병원 교수는 왜 하필 클로미프라민이 조루약으로 채택됐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조루약이 없을 당시 오프라벨로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으로 조루를 치료했다. TCA 계열인 클로미프라민도 쓰긴 했지만 부작용이 많아 한계가 있었다. 나 역시 많이 쓰지 않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클로미프라민이 조루약으로 허가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의문이 들었다. 특허 풀린 수많은 SSRI가 있는데 굳이 TCA 계열을 조루치료제로 선택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B병원 비뇨기과 교수 역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교수는 "우리 병원은 클로미프라민 조루약이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처방하지 않아서 이 약이 어떻다 얘기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교수들 사이에서 국산 조루약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국산 조루약은 임상 환자 수도 적고 증명해야할 부분이 많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국산 조루약, 허가 자체가 의심"
그렇다면 클로미프라민 조루약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개원가 입장은 어떨까.
노원 소재 C병원 비뇨기과 개원의는 "식약처가 클로미프라민을 조루약으로 허가해 준 것은 판단 미스"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 약은 환자 부작용도 많고 허가 자체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쓰고 있지 않다. 제형을 변경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용량만 줄여서 만든거다. 허가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상도 비뇨기과 학회 자체가 한 것이 아니라 편법으로 가정의학과에서 서둘러 했다. 제약사와 식약처 사이의 검은 로비가 의심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수원 소재 D병원 원장은 클로미프로민 조루약을 직접 복용한 케이스다.
그는 "복용 다음날 무기력감이 있었다. 오전 내내 진료에 애를 먹었다. 물론 개인차라 보편적인 부작용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경험담을 말하면 프릴리지에서 국산 조루약으로 넘어간 환자 중 다시 프릴리지로 돌아왔다는 것"이라며 경험담을 전했다.
"클로미프라민 조루약, 전혀 문제없다"
하지만 클로미프라민 임상 시험에 참여했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철민 교수는 이런 주장들이 어이없다고 했다. 그리고 지적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김 교수는 "임상 환자 수가 적다는 것은 절대 약점이 아니다. 근거 중심 의학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의사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임상은 제한된 인원을 갖고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데이터가 논문에 출시 안됐다는 지적은 전략적 조치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클로미프라민은 너무 유명한 물질이다. 영문화 논문을 출판하면 임상 시험이 다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모든 회사가 같은 용량으로 복제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발기부전약과 전립선비대증치료제 복용 환자가 클로미프라민 조루약을 복용했을 때 부작용 등의 상호작용에 대한 임상 자료가 없다는 지적은 PMS(시판 후 조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오히려 발기부전약과 클로미프라민 조루약은 긍정적 상호작용이, 탐스로신(상품명 하루날디) 등과는 상호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PMS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약물 병용시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국산 조루약에 대한 논란은 아직 출시된 지 얼마 안돼 처방 케이스가 적기 때문이다. 곧 하나 하나 증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산 조루약은 씨티씨바이오가 개발(클로미프라민 용도 변경)해 현재 동아ST, 종근당, 제일약품, JW중외제약이 이름만 바꿔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