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의학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연구성과로 당뇨병과 비만 치료 물질 개발, 몸 속 염증 치료에 효과 있는 장내 미생물 발견 연구 등 5편이 뽑혔다.
특히 5편 중 2편에 삼성서울병원 이명식 교수(성균관의대)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연구라서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당뇨병 및 대사질환 분야에서 권위자로 올해 분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포항공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6~11일 생명공학연구자 5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내부 자문단 논의를 거쳐 23편의 후보 연구결과 중 '의학적으로 영향력이 큰 연구성과 5편을 선정해 20일 발표했다.
23편의 후보 선정 기준은 ▲2012년 12월~ 2013년 11월 BRIC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서 소개한 연구논문 ▲교신저자가 국내 소속기관의 과학자 ▲국내 언론매체 또는 BRIC Bio통신원을 통해 보도된 연구성과를 만족해야 한다.
다음은 의학적으로 영향력이 큰 연구성과 5편이다. 5편 중 2편은 네이처지에, 한편은 네이처 자매지에 실렸다.
◆당뇨병·비만을 잡을 '마이토카인' 물질 세계최초 규명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이명식·김국환 교수와 가천의대 최철수 교수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밝혀냈다.
마이토카인은 자가포식 기능에 이상이 생긴 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그동안 이 물질이 체내 대사 및 수명을 조절할 것이라고 예측만 했을 뿐 어떤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지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여기서 자가포식은 자기 살을 먹는다는 뜻으로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생물체가 생존과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교수팀은 마이토카인 물질인 FGF21을 세계최초로 확인한 것.
연구진은 "비만인 사람의 인슐린 저항성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명식 교수는 "앞으로 자가포식 분야가 대사질환, 당뇨병 비만 등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등 미래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고혈당 및 체내 염증 치료에 효과 있는 장내미생물 발견
이명식 교수는 경희대 생물학과 배진우 교수와 공동으로 고혈당 및 체내 염증치료에 효과가 있는 장내미생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고지방식을 먹어서 비만이 된 실험쥐에 당뇨병약 메트포민을 투여한 뒤 장내미생물 군집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장내 미생물 중 하나인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종'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미생물로 만든 배양액을 비만쥐에게 먹였다. 그랬더니 메트포민을 주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혈당량과 체내 염증이 줄었다.
이 연구는 소화기 및 간장학 분야 학술지 '거트(Gut)' 온라인판에 실렸다.
◆암 진행 및 전이 조절 분자 기능과 경로 발견
전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대곤 교수팀은 간암 및 담관암 진행과 전이를 조절하는 표적분자인 EphA2의 기능과 작용 경로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김 교수팀은 암 세포와 암 조직에서 EphA2의 발현이 높으면 암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동물실험을 통해 EphA2 발현을 낮추면 암 형성과 전이가 억제된다는 것도 밝혔다.
김 교수팀은 EphA2가 암 형성 및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분자와 그 경로를 차단하는 항암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인용지수 11.7인 SCI 학술지 'Hepatology'에 실렸다.
◆과도한 소금 섭취 막아 나트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단백질
고려의대 의과학과 황선욱 교수는 과도한 소금섭취를 막아 나트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짠맛 수용체를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황 교수는 사람과 유전정보가 비슷한 예쁜꼬마선충으로 실험을 했다. 여기서 TMC-1이라는 단백질이 고농도 소금을 감지하는 짠맛 수용체며 전기반응을 일으키는 이온채널임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TMC-1이 활성화 되면 통각신호가 증가해 예쁜꼬마선충이 회피행동을 보였다. TMC-1이 짠맛을 불쾌한 맛으로 인지해 소금 농도가 더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천연두 백신에 쓰이는 바이러스로 말기암 고친다?
양산부산대병원 임상시험연구센터 황태호 센터장은 천연두 백신에 쓰이는 '백시니아 바이러스'로 새로운 암치료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부산대병원에서 말기 간암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임상시험은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허정 교수 주도로 이뤄졌다.
30명 중 16명에게는 고용량의 바이러스를, 14명에게는 저용량의 바이러스를 암 조직에 직접 주입했다.
그 결과 고용량 주입환자는 평균 14.1개월을 생존했고 일부는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살아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암세포는 죽게 하고 동시에 몸속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작용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