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헬스케어는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의료기기업 중 가장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94년 경기도 성남에 설립한
초음파 연구개발 생산기지는
중소업체와의 동반성장에 기반한 현지화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GE헬스케어가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초음파진단기의 30%를 생산하고, 생산출하량 중 95%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GE헬스케어는 지난해 초음파진단기 9880대를 생산하면서 국내 중소협력업체 120곳으로부터 무려 1100억원에 달하는 부품을 구매했다.
중소업체와의 동반성장과 고용창출을 통한 국내 헬스케어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특히 GE헬스케어는 올해 5월 100억원을 투자해 초음파생산기지 증설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최근 10년간 2000억원을 투자해 한국에 맘모그래피(유방암 X-ray 진단기기) 연구개발 생산기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약 50만명이 사망하는 유방암에 맞서 보급형 맘모그래피 생산기지를 설립해 한국을 여성건강솔루션 연구개발 생산기지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GE헬스케어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창조경제를 모토로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과 고용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 정부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경기도ㆍ성남시는 세제혜택 등 다양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GE헬스케어의 행보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시장에서 토종업체들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GE헬스케어는 지난 6월 국내 의료기기업체 '레이언스'의 맘모그래피사업 자산을 매각대금 171억원에 부분 인수한 바 있다.
자산 인수는 급부상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헬스케어시장을 고려해 약 2억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보급형 맘모그래피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인 결정이었다.
이는 CTㆍMRI 등 고부가가치 프리미엄급장비를 장악한 다국적기업들이 중저가 보급형장비시장까지 싹쓸이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낳았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한 관계자는 "GE헬스케어가 국내 맘모그래피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한국의 맘모그래피 생산기지에서는 프리미엄급이 아닌 개발도상국에 보급하는 저가모델을 생산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맘모그래피를 국내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국내 업체들의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GE헬스케어는 맘모그래피 생산 공정을 개선하는 등 한국에서 기존 제품대비 절반 가격의 장비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중저가를 강점으로 내세운 국내 업체들은 다국적기업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다국적기업의 대규모 투자유치가 오히려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건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한번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