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한국제약협회. 오후 4시가 다가오자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 눈에 띈다. 여기저기서 안부를 묻는 대화가 오고 간다. 기자도 안면이 있는 국내 최상위 A제약사 사장을 만나 인사를 건넸다.
(기자): 잘 지내셨죠?
(A사 사장): 알다시피 업계 환경이 참 안 좋습니다. 이럴 때는 잘 버텨야합니다. 이 말을 벌써 3년째 하는 거 같네요.(허허)
그렇게 A사 사장과의 짧은 만남 속에 2014년 약계 신년교례회는 시작됐다.
덕담을 주고 받고 공통관심사항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 신년교례회 자리지만 분위기는 정부를 겨냥한 성토에 가까웠다.
오는 2월 예정된 시장형 실거래가제 재시행 등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한 약계의 분위기가 반영된 듯 했다.
실제 주요 약계 인사들의 인사말도 그랬다.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거듭된 약가인하에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고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법인약국 등의 현안을 지적하며 "아무래도 임기를 채우기 힘들 것 같다. 정부가 약계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신약가치 인정 등의 약계 지원책으로 제약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는 최영현 보건의료정책실장의 발언에는 국회 보건복지위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정부의 말은 제약계 현장에 전혀 와닿지 않는 얘기"라며 일침을 가했다.
같은당 류지영 의원도 "신년교례회에서 '지난 한해 열심히 했다', '올해 좀 더 노력해달라'는 얘기가 아닌 어려움을 토로하니 복지위원으로서 역할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덕담보다는 질책의 목소리가 컸던 2014년 약계 신년교례회.
기자에게 "올해도 잘 버팁시다"라는 한 마디를 또 한 번 건네며 신년교례회 자리를 떠났던 국내 A사 사장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던 이유는 시장형 실거래가제 재시행 등 암초 가득한 올해 약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