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내부에서는
임채민 전 장관이 보건의료 부서를 불시 방문해 공무원들을 긴장시켰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임 장관은 막힘 없는 답변으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에게 "국회의원을 가르치려 하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 실장까지 지낸 그가 사무관과 주무관 공무원들에게 건넨 질문은 의외였다.
"보건의료를 공부하려는데 검토할 자료나 서적 좀 권해주세요."
그 역시 직종과 직능으로 얽혀있는 의료 현안에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임 장관을 아는 의료계 인사들은 장관 취임 후에도 크고 작은 사적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해 자리를 지키며 선후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인
문형표 장관이 지난달 2일 취임 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인사청문회 이후 그를 따라다닌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과 보건의료 전문성 부족은 아픈 꼬리표다.
여기에 의료상업화와 의료민영화 논란을 촉발시킨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및 법인약국 투자활성화도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등 유망 서비스 산업을 살리기 위해 투자의 가장 큰 장벽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 올해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해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고 천명했다.
문 장관 입장에서는 갈 길이 정해진 셈이다.
문 장관은 지난 3일 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계 신년하례식에서 원격진료, 투자활성화, 수가, 3대 비급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등 의료현안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제안한 후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의료계는
총파업 카드까지 내밀며 복지부를 압박하면서 다가올 주말 회의를 통해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 보건학자는 "투자활성화 방안은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경제부처의 거센 기세에 복지부가 두 손을 든 결과"라며 현 상황에 우려감을 표했다.
문 장관의 학자적 소신은 정치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간지 오래이다.
한 공무원은 "의협이 어떤 방안을 도출하든 복지부 입장은 정해져 있다"며 "제안을 수락하면 협의체 논의를, 파업을 선언하면 국민 건강을 위해 엄정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의료계 관계자는 "청와대 하명이 떨어진 이상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의사들이 왜 반대하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의료현장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복지부장관이
이렇게 힘든 자리인 줄 몰랐다"며 헛웃음을 지은 문 장관 스스로 응답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