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모르게 문전약국 약사와 공모해 임의로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의원 간호조무사가 적발됐다. 이로 인해 해당 의원 원장은 8천여만원 과징금 처분이 받았지만 법원은 처분이 과하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C정형외과의원 A원장에게 8천여만원 과징금 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C정형외과 접수담당 직원이던
간호조무사 D씨는 의원에서 진료받은 적이 없는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약제를 나눠 주기 위해 임의로 1404회 진료한 것처럼
전자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원외처방전을 발급했다.
D씨는 이런 방법으로 원외처방전을 발급해 C정형외과가 4백여만원을 청구하게 하고, 같은 건물 1층의 E약국에서 조제받아 약국 약제비로 1천여만원을 청구하게 했다.
D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D씨는 E약국
약사 F씨와 공모, F씨의 가족이나 지인이 C정형외과의원에서 진료한 것처럼 전자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원외처방전을 발급해 진찰료 2백여만원, 약국 약제비 9백여만원을 청구하게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D씨를 의료법 위반죄, 업무상횡령죄로, F씨를 약사법 위반죄로 기소했고, 법원은 각각 벌금 500만원, 300만원을 선고했다. F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다만 검찰은 C정형외과 원장 A씨가 이같은 허위 처방전 발급 사실을 알았거나 지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C정형외과에 대한 현지조사를 토대로 허위청구에 따른 업무정지 30일에 갈음해 8천여만원 과징금 처분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A원장은 "복지부가 현지조사에서 적발한 허위청구 사례는 모두 간호조무사 D씨의 개인적인 비위행위일 뿐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행정법원은 A원장이 D씨의 비위행위를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A원장이 D씨의 허위 처방전 발행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공단이 진찰료와 약국 약제비로 2653만원을 추가로 지출했고, 평소 D씨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또 재판부는 "D씨가 약 31개월 동안 임의로 전자기록부에 접근해 이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A원장에게 그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8천여만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은 과도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D씨의 허위 처방전 발행으로 공단이 추가로 지출한 요양급여가 2653만원이지만 A원장이 직접 취득한 부당이득금은 624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2029만원은 E약국을 운영하는 F약사에게 약제비로 지급한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법원은 "C정형외과처럼 직원 1명의 개인적인 차원에서 속임수가 이뤄졌고, 원장이 그 사실을 몰랐던 경우에도 행정처분 감경을 제한하는 것은 불법성과 책임의 경중에 따라 제재처분의 양정을 하고자 하는 관계법령 취지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법 시행령 별표에 따르면 위반행위의 동기, 목적, 정도 및 위반횟수 등을 고려해 업무정지 기간 또는 과징금 금액을
1/2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다.
다만 속임수로 공단, 가입자,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원장은 이 사건 처분 이전에는 요양급여 부당청구로 제재받은 전력이 없는 등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재량의 범위를 일탈했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