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진료 실적 없는 임상교수에 대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병원 내부에선 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 등 병원에 불리한 정부 정책을 앞두고
경영 악화가 예상되자 그에 대한 부담을 임상교수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5일 서울대병원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오병희 병원장이 공식석상에서 진료에 불성실한 임상 교수에 대해 겸직 해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 병원장은 진료 실적이 저조한 임상 교수 10여명에게 서신을 보내 이 같은 사실을 전달했으며 향후 성과를 지켜보며
겸직 해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진료 성과가 없는 임상교수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대학병원 임상교수는 통상적으로 의과대학 교수와 함께 병원 교수직을 동시에 맡는 겸직 교수로 인정한다. 월급도 의대와 대학병원 양쪽에서 받는다.
하지만 병원에서 교수 겸직을 해지하면 의과대학에서만 월급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역시 지금까지 임상교수는 진료 실적과 무관하게 의대 및 병원 겸직 교수직을 인정, 그에 해당하는 월급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진료 실적을 평가해 겸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정년 퇴직을 앞두고 진료를 줄이고 있는 교수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이 같은 조치는 서울대병원 개원 이래 처음으로,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았음에도 임상 교수들은 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 등 대학병원 경영을 위협하는 정부 정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긴축재정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연구중심병원을 지향하는 서울대병원이 진료 실적 여부에 따라 겸직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에 우려를 제기하는 의료진도 있다.
한 임상교수는 "이는 전례가 없는 조치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나온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 긴축재정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즉, 과거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인 듯 교수직을 철밥통으로 생각하는 안일한 생각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살펴보니 사실 진료를 많이하는 교수가 연구 활동도 활발했다"면서 "혹시나 이번에 서신을 보낸 교수들 중 연구 때문에 진료에 소홀했는지 살펴봤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진료 실적이 저조한 이유가 불성실해서인지, 전공상 특이한 희귀질환으로 불가피한 것인지 검토해 부당한 평가를 받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