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태평양제약이 한독에 팔렸다. 지난 6일에는 CJ제일제당이 제약사업부문 분사를 결정했다.
매각과 분사. 물론 성격은 다르다. 하지만 일련의 사례들이 대기업 계열 제약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라는 점은 수상쩍다.
보는 시각에 따라 그룹이 제약산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가인하 등의 각종 규제로 좀처럼 미래성이 보이지 않는데다 리베이트 폭탄을 안고 있는 산업 투자에 대한 회의감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계열 제약사 현주소는 계륵?
태평양제약이 이탈한 현 시점에서 대기업 계열 제약사는 SK케미칼(생명과학부문), CJ제일제당(제약사업부문), LG생명과학, 한화 드림파마, 코오롱제약(코오롱생명과학) 정도다.
이중에서 '덩치 좀 있다'는 곳은 CJ제일제당, SK케미칼, LG생명과학 정도다. 지난해 연 매출이 4000억~4500억원 수준이다.
이 정도 규모는 제약산업에서는 상위권으로, 업계 7~8위 수준이다. 하지만 연간 수 조원에서 수십 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그룹 차원에서 보면 명함을 내밀 수준은 아니다.
일례로 CJ제일제당(대한통운 제외)은 지난해 매출액이 7조 2100억원인데 제약사업부문은 5000억원이 채 안돈다. 전체 매출의 약 1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드림파마, 코오롱제약 등은 그룹에서의 존재감이 더욱 없다.
이렇다보니 제약업에 회의를 느낀 그룹이 업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심심찮게 나온다.
일단 현재의 제약산업 모습은 약가인하 등의 각종 규제로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진다.
또 리베이트에 연루되면 치명적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한다. 대기업에서 지속 경영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하고 만든 신약도 이제는 '혁신적'이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현실에서 R&D 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볼 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제약사 사장은 "전통 제약사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어쩔 수 없이 업을 유지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제약 부문이 계륵일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는 물론 리베이트 폭탄도 안고 가기 때문이다. 언제나 접을 수 있는 구조"라고 바라봤다.
물론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은 이런 시선을 원치 않는다.
B제약사 관계자는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고 만약 팔려고 해도 사업 구조가 겹쳐 살 곳도 없다. 그리고 4000억원대의 회사를 인수할 만큼 자금을 갖춘 곳도 몇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