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약제 내성에 대한 '테노포비어(상품명 비리어드)' 단독 요법.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삭감이다.
간 전문의들을 '안녕하지 못하게 만드는' 현재의 급여 기준이다.
하지만 의료진들의 불만은 특정 약제에 대한 삭감이 아니다. '테노포비어'는 단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대한간학회 기획이사)는 '테노포비어' 삭감 문제를 불합리한 급여 기준의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근거가 부족한 실정에서 섣부른 예단으로 합리적 진료 행위에 대한 급여 삭감 등은 매우 부당하다. 특히 그 불합리한 조치가 건보 재정 지출을 현저히 증가시키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다제 내성 치료에 비리어드 단독 효과는 입증됐다. 하지만 비리어드만 고집하지 않는다. 내성 많은 제픽스도 잘 듣는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약제 내성=병용' 아니면 '삭감'이라는 공식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제안했다. 신약(비리어드)이 나온 만큼 향후 1~2년 후까지 다제 내성 환자들에게 병용 및 단독 요법 모두에 급여를 인정달라고.
국내 연구 결과가 자연스럽게 도출되도록 유연성 있는 보험 정책을 펴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호소 아닌 호소였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대한간학회 이사장)도 같은 맥락의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이르면 올 상반기 개정될 진료 가이드라인에 다약제 내성에 비리어드 단독 요법의 타당성 등 불합리한 급여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진이 증명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줘야"
한 교수는 "의료계에서 해결해야되는 급여 숙제는 산더미다. 비리어드 삭감 사례도 그 일부다. 문제는 에비던스(증거)를 강조하는 심평원이 에비던스 쌓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다약제 내성에 비리어드 단독 요법은 간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때문에 의료진이 증명하도록 심평원이 도와줘야한다. 전문가 의견과 진료 자율권을 존중할 때 더 좋은 진료 지침이 생겨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화기내과 교수도 비리어드 삭감 문제와 관련해 한 마디했다.
그는 "예전에는 의사들이 최신 진료 지침에 따라 약을 더 쓴다고 문제를 삼더니 이제는 효능 좋은 약을 써 약을 줄이겠다고 하는데도 난리"라고 어이없어 했다.
그러면서 "간분야 전문가들은 다제 내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하고 있다. 그런데 심평원은 정해진 기준에만 맞춰 열심히 삭감하고 있다. 더 좋은 반응을 보여도 기존 요법으로 돌아간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천편일률적인 삭감 기준보다는 유연성을 갖고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는 풍토를 원하는 의료진들. 이들은 심평원이 '별에서 온 그대'가 아니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