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장래희망을 얘기하며 엄마처럼 간호사가 되겠다고 해요.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니 그만 두고 싶어도 참아야죠."
15년차 간호사가 털어놓은 말이다.
우리나라 간호사 10명 중 4명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퇴직을 고려중이지만 가족의 지지와 사명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간호사회는 최근 간호사 1095명을 대상으로 병원 재직 의도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간호사 10명 중 4명은 자주 혹은 가끔씩 이직과 퇴직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146명(13.3%)이 자주 퇴직 충동을 느낀다고 털어놨고 25.1%가 가끔 퇴직하고 싶다고 답한 것. 한 두번씩 퇴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응답자도 44.9%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은 간호사 업무에 대한 사명감과 가족들의 지지로 이러한 충동을 억누르고 병원에 출근하고 있었다.
이같은 경향은 재직 이유를 묻는 설문에서 드러난다.
병원간호사회는 병원에 재직하는 이유를 5점 척도. 즉, 매우 동의한다를 4점, 동의한다를 3점, 동의하지 않는다를 2점,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를 1점으로 놓고 설문을 진행했다.
그러자 병원에 재직중인 가장 큰 이유는 '간호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평균 3.19점으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어 '간호사로 근무하는 것을 가족들이 지지한다'는 응답이 3.15점을 얻었고 '가족들이 간호사라는 내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다'는 답변이 3.08로 뒤를 이었다.
결국 간호사로서의 사명감과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에 힘입어 퇴직 욕구를 참아가며 근무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7년차의 A간호사는 "남편이 간호사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연금이라던지 병원에서 주는 혜택이 있으니 시댁에서도 이 일을 하기를 원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간호사도 "주위에서 격려를 해주니 쉽게 그만둘 수 없는 것 같다"며 "둘째 딸이 네살 때부터 우리 엄마는 간호사인데 엄청 훌륭한 사람이라고 자랑하고 있으니 그만둘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사명감이 주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간호사들도 많았다.
B간호사는 "병원에 출근하면 환자를 보는 내 위치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이 있다"며 "환자들과 일에 치이면 잠깐 힘들다가도 리커버리 하며, 열심히 해야지 다짐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은희 책임연구원(강릉원주대학교)은 "간호사들은 전문직으로서 사명감과 가족의 지지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며 " 병원에서는 전문직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가족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결국 보수와 복지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를 지속시킬 수 없다"며 "아울러 개인의 특기를 살리고 발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긍정적인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