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본부 공무원 780명 중 의사(보건직) 공무원은 10명에 불과하다.
얼마 전까지 의료계 내부에서는 규제 중심의 보건의료 정책 개선을 위해
의사 공무원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강도 높게 제기된 바 있다.
의사 공무원 양성론이 메아리에 그친 탓인지 과거에 비해 의사 공무원 수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개원과 봉직 시장 모두 불황인 상태에서 공직에 부푼 꿈을 안고 도전하는 의사가 없는 것일까, 복지부가 선발하지 않은 것일까.
정답은 양쪽 모두이다.
복지부는 몇 해 전부터 5급 특채를 활용한 1~2명 의사 공무원 선발을 꾸준히 하고 있다.
본부 의사 수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은 고참 의사 공무원들이 질병관리본부와 검역소 등 산하기관으로 인사 발령된 부분도 적잖게 작용했다.
한 마디로, 의사 공무원 적정 수를 유지하면서 숙성된 의사 공무원을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이동시키는 셈이다.
최근 7년 사이 의사 공무원이 복지부에서 초고속 승진한 것은 MB 정부 전재희 장관 시절 의사 출신 첫 대변인(전병율 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발탁에 그쳤다.
현재 의사 공무원의 복지부 최고 직위는 개방직
공공보건정책관(국장급)이다.
약사(약무직) 공무원의 경우 상황은 더하다.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하는 약사 공무원은 6급을 거쳐 사무관까지 12년 이상, 서기관까지 8년 이상이 소요된다.
비고시 공무원과 동일한 승진체계를 밟고 있다.
약사 공무원 중 행정고시를 패스한 일부를 제외하면 보험약제과장이나 국립병원 약제과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한다.
퇴직한 의사 공무원 A씨는 "실국장을 기대하고 보건의료정책을 펼치겠다는 포부는 꿈에 불과했다"면서 "고시 중심 관료사회에서 의사가 갈 수 있는 위치는 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의 내부 상황도 녹록치 않다.
보건의료정책실 소속 실국장과 과장급 29명 중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고시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정책실장과 보건의료정책관, 보건산업정책국장에 성균관대 출신이 전격 발탁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서기관 이하 승진 여부는 실국장이 작성한 인사성적에 의해 좌우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과장에 임명됐더라도 실국장 판단에 따라 청와대 및 해외 파견, 부서 배치 등으로 개인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한 공무원은 "고시 출신은 엘리트로서 공직사회 등용문이라는 표현은 옛말"이라면서 "고시 출신이 증가하면서 보이지 않은 학맥과 인맥 중심의 라인 형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현장과 동떨어진 의료정책 상당수는
편향된 복지부 인사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성과에만 집착하고 정책 결과를 책임지지 않은 공무원들이 학맥 인맥으로 승진한 경우를 적잖게 보아왔다"면서 "누구를 배치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정책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시를 패스하면, 보건의료와 복지 현장에서 일정기간 경험을 의무화하는 인사제도가 필요하다"면서 "현실을 모르는 초임 사무관이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료정책을 기획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