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간 의료발전협의회 협의 내용이 공개되자 후폭풍이 불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협이 복지부의 원격진료 및 투자활성화 대책을 그대로 수용, '졸속 합의'를 했다고 비판하고 나섰고, 한의사협회·간호협회 등 타 보건의료단체도 의협과
공조 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8일 의-정 협의 내용이 공개된 후 의협과 원격진료 저지를 위해 공조 체제를 유지하던 타 보건의료단체로부터 끊임없는 잡음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의료발전협의회는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원격진료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입장 차이를 충분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후 국회에 심의를 요청하는 것을 의협이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다.
예상과 달리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 대책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한 공조를 약속했던 전국보건의료노조도 항의 성명을 내놨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발전협의회를 6차례 개최해 도출해 낸 합의 내용은 의료민영화정책을 그대로 수용한 졸속적이고 기만적인 합의"라면서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대책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의사협회는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면서 "원격진료 허용·영리병원도입·법인약국 허용 등 의료상업화에 반대하기로 한 6개 보건의료단체 공동협의회 합의사항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한의사협회도 협의 내용에 '격노' 수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협의 내용을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면서 "이제까지 파업을 내걸고 국민을 볼모로 해서 결국 협상한 것이 의료전달체계 개선이나 건정심 구조 개선 등(의료계에 유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협이 과연 협상을 통해 지향하는 목표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협상 내용을 놓고 회장 따로 협상단 따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영리화를 위해 한 배를 탔던 보건의료 단체가 의협의 갈지자 행보에 놀아나고 있다는 느낌"이라면서 "타 단체와 협의해 내일(19일) 오전 중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약사회 역시 의협을 배제하는 대신 여타 보건단체와는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이미 의협의 원격진료 허용시 의약품의 의료기관 직접 택배 배송을 허용해 달라는 언급으로 약사회와의 공조는 파기됐다"면서 "의협을 배제한 채 다른 단체와의 공조체제를 유지한다는 기본 입장은 변함 없다"고 밝혔다.
한의협, 치협, 약사회는 이날 오후 "만일 정부가 의협과의 '밀실야합'을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통한 총력 저지투쟁에 나서겠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복지부와 의협이 원격의료 입법을 합의하고,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가로 논의키로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맹공을 가했다.
이어 이들은 "오직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국민과 보건의약단체와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벗어 던진 의협의 이와 같은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며, 국민 앞에 진솔하게 백배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협 역시 "이번 협의에서 의협이 원격진료에 반대의 뜻을 나타낸 것은 맞지만 공개된 내용만 보면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면서 "의협의 행보는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협의를 진행한다면 적어도 6개 단체에 의견을 물었어야 한다"면서 "함께 가기로 했으면 보폭을 맞추며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