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외 부수입이라고 해야할까. 일비는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다. 유부남에게 속칭 '비자금'으로 통한다.
JW중외제약 영업사원인 내게도 일비의 존재는 각별하다. 유류비 등 판촉 활동을 하면 일비가 소진되지만 보너스처럼 마음이 두둑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회사 일비는 3만 5000원이다. 여기에는 시장 개척비 1만 1000원이 포함된다. 다만 모든 직원의 일비는 같지 않다. 실적 대비 차등 지급된다. 마냥 고마운 존재지만 때론 경쟁도 유발시킨다.
궁금했다.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일비를 얼마나 받을까. 또 부수적인 지원은 없을까. 레이더 망을 총동원했다.
일단 내가 알고 있는 20곳의 국내 제약사 중 일비가 가장 많은 곳은 대웅제약, 대원제약, 한미약품 3곳이었다. 하루 5만원이다.
여기에 대웅은 판촉 포인트를, 한미는 통신비 1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매출액이 많다고 일비가 많은 것은 아니다. 쭉 나열해 보겠다.
SK케미칼 4만 2000원, 녹십자·명인제약 4만원, 동화약품은 우리 회사와 같은 3만 5000원이다. 건일제약 3만 2000원, 동구제약·동아쏘시오·일성신약·유한양행은 3만원이 나왔다.
더 나열한다. 동국제약 2만 9000원, CJ제일제당 2만 7000원, 국제약품 2만 6000원, 경동제약·영진약품 2만 5000원을 지급한다.
통신비와 기타 지원 역시 일비처럼 천차만별이다. 이건 일목요연하게 표로 작성해 남기겠다. 우리 회사랑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이다.
이제 다국적제약사를 살펴보자.
먼저 양해를 구한다. 내 신분이 국내제약인 만큼 다국적제약은 인맥이 적어 많은 조사를 못했다. 그래도 9곳은 어떻게든 알아냈다.
조사하다 놀란 것은 국내제약보다 높은 일비는 둘째 치고라도 파격 대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일단 MSD와 메나리니는 일비가 6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메나리니는 품위유지비 120만원과 주차비 10만원이 별도로 나왔다. 작은 부러움이 마음 속에 생겨날 정도였다.
바이엘은 일비 4만 5000원에 통신비가 8만원이 지급됐다. 전국 1위 영맨에게는 BMW를 대여해줬다. 시외교통비와 톨게이트비용는 실비처리됐다.
이밖에 노바티스 4만원, 릴리 3만 2000원, 오츠카 3만원, 먼디파마·엘러간·얀센은 2만 5000원이었다.
일비보다 높은 통신비도 눈에 띄었다. 바이엘과 노바티스는 무려 8만원이 지급됐다.
물론 일비 하나만으로 제약사 복지 수준을 판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비교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난 일단 궁금증을 해소했다. 이런 회사를 부러워할 지, 아니면 현실에 만족할지는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