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의협은 "선시범 사업 후 입법 입장에 변화가 없지만 정부가 양해를 부탁한 만큼 일단은 지켜보자"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듯한 입장을 밝혀 논란도 일 조짐이다.
25일 보건복지부는 "노인과 섬, 벽지 거주자, 만성질환자 등의 의료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 장은 이 법 공포 후 시행 전 1년 동안 일정 범위 환자 및 질환에 대해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시범사업을 부칙으로 명시했다.
이에 노환규 의협 회장은 SNS를 통해 "일단 기다려 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노 회장은 "(정부가) 선시범사업 후 입법 입장에 변화가 없지만, 위 조항을 고칠 경우 복잡한 정부 입법발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양해를 구한다는 부탁이 있었다"면서 "이 부분에 정부가 명확한 입장 표명을 다시 할 것이라고 하니 일단 기다려 보자"고 전했다.
그는 "정부에게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 혹은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크다"면서 "시범사업의 기획, 구성, 진행, 평가 모두 의협의 안을 수용하기로 한 이상 정부가 반영하지 않으면 계약위반이기 때문에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도 싸울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일어섰다"면서 "장수를 믿지 못하면 장수를 갈아치우고 싸우면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협의 유보적인 입장은 기존 입장과 대치된다.
앞서 의협은 국무회의 의결 이전에 시범사업을 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2차 의-정 협의 결과를 보면 '원격의료 개정안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키로 한다'는 표현이 나온다"면서 "이 내용 자체가 이미 국무회의 통과 이후 시범사업을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부칙에 시범사업을 포함한 것은 안도할 만한 일이지만 다만 국무회의 통과 후 시범사업을 거쳐 국회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순리상 맞지 않다"면서 "과정이 복잡하더라도 정부 입법발의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국의사총연합과 의원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도 국무회의 통과 후 시범사업은 원격진료 도입의 수순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법이 오늘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면서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막겠다며 벌인 정부와 의협 사이의 합의는 국무회의에서 휴지조각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선 시범사업 후 입법'을 하겠다며 의협와 합의했던 정부가 국무회의에서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공포 후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삽입해 '선 입법 후 시범사업'으로 변경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을 먼저 만들어 놓고 시범사업을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이미 3년여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 효과도 없고, 경제성도 부족하다는 결과를 얻지 않았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