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입법 후 시범사업'을 명시한 원격진료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의협은 복지부가 '선 시범사업 후 입법'의 의정 협의사항을 어긴 게 아니냐며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이에 복지부는 4월 시범사업에 기한에 맞추기 위해 원안을 그대로 제출한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25일 보건복지부는 "노인과 섬, 벽지 거주자, 만성질환자 등의 의료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점은 개정안의 부칙에서 "법 공포 후 시행 전 1년 동안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
이는 6개월간 시범사업을 '먼저' 시행하고 입법에 그 결과를 반영한다는 제2차 의정 협의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의협은 복지부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법 공포 후 시범사업 실시는 '시범사업 후 입법'을 규정한 제2차 의정협의 결과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면서 적절한 해명이 없을 땐 협의 무효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법의 공포는 법의 시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서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 법을 만든다는 의협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복지부는 공식 입장 표명을 통해 선 시범사업으로 개정하지 않고 국무회의에 상정한 이유를 해명했다.
복지부는 "차관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내 입법절차가 완료돼 가는 상황이었고 국회 입법 과정에서 시범사업 결과가 반영될 경우 개정안이 수정될 가능성을 고려했다"면서 "입법 후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규정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조항 삭제 등으로)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어 "의협과 협의한 대로 4월부터 시범사업을 충실히 실시할 계획이며 시범사업의 기획, 구성, 시행, 평가는 의협 의견을 반영해 공동으로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선 시범사업으로 조문을 바꿀 경우 부처간 협의에 몇달이 걸리기 때문에 예정된 4월 시범사업 기한에 맞추기 위해 최대한 빨리 법안을 제출했을 뿐, 의정 합의사항 준수에 대한 의지는 믿어달라는 해명이다.
한편 야당과 보건의료단체는 복지부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시범사업으로 검증하기 전에 원격의료 허용 법안부터 상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6개월간의 시범사업은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은폐하고 원격의료 허용의 필요성을 강변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노조는 "의협이 정부에 완전히 속았거나 잘못 합의했다는 점을 국민 앞에 고백하라"면서 "원격의료 허용이 더 추진되기 전에 2차 의정합의를 파기하고 원격의료 저지투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도 "의협과 선시범사업을 합의했던 정부가 개정안의 공포 후 시범사업 실시라는 조항을 그대로 삽입했다"면서 "법을 먼저 만들어 놓고 시범사업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