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다시 인터뷰 한 건 대략 1년만이다.
궁금했다. 당시 만성 변비 치료제 '레졸로(프루칼로프라이드)' 적응증은 '락사티브(완하제)' 사용 후 효과가 없을 경우 쓰게 돼 있었다.
애석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벨기에 루벤대 소화기내과 얀탁 교수의 소신은 예나 지금이나 뚜렷했다.
'레졸로'의 허가는 2차약이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1차약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치료 알고리즘은 충분히 상위로 올려도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홍은동 힐튼 호텔에서 '레졸로'에 대한 좀 더 속깊은 얘기를 나눠봤다.
레졸로는 락사티브 이후 2차 약제로 사용된다. 지난 1년간 다른 나라에서 적응증 허가 변화가 있었나
적응증 허가사항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기본적으로 만성 변비에서 레졸로는 위약 대비 효과를 잘 입증됐다.
그렇기 때문에 만성 변비 치료 스펙트럼에서 레졸로를 어느 시점에 써도 무리 없다고 본다.
기존 레졸로 주요 임상 연구들은 기타 완하제를 투여했다가 증상 완화에 실패했던 환자에게 진행됐다. 때문에 레졸로 승인 국가에서는 일시적인 변비가 아닌 장기적으로 시달리는 만성변비 환자에게 허가됐다.
레졸로를 어느 시점에서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락사티브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것인가
그렇다. 현재 허가 상 2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으나 의학적, 과학적으로 보면 1차 치료제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치료 알고리즘을 충분히 상위로 올려도 무관한 이유다.
그렇다면 변비 시 레졸로를 바로 사용하는 것이 합당한가
충분히 그렇다고 본다.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지만 약 자체의 안전성, 유효성, 효능 등을 모두 확신할 수 있다. 그동안 진행된 광대한 연구의 폭 등을 통해서다.
레졸로는 변비 쪽에서 가장 근거 자료가 많은 만성변비 치료제다.
레졸로를 1차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1차약으로 쓰이는 락사티브와 차별점은
레졸로와 기존 완하제와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흡수 지점이다.
기존 완화제는 대장까지 가서 흡수되지만 레졸로는 위에서 바로 통과돼 소장으로 내려가는 십이지장에서 흡수된다.
그렇기에 약을 복용하고 약효가 나타는 기간이 2시간 반 정도로 짧다. 약이 희석될 가능성도 적다. 약이 흡수되고 대장 운동을 촉진시켜주는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사람이 본래 지니고 있는 장 운동의 리듬이다.
레졸로는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는 장 운동의 패턴을 강화시켜주는 작용 기전을 갖고 있다.
생리학적인 리듬을 강화시키는 작용으로 배가 아프거나 복부 팽창감 등 부작용이 덜 나타나는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레졸로와 락사티브 만족도 차이는
자극성 하제는 장의 연동운동 촉진을 잘 해주고 있다. 하지만 환자 만족도가 낮다.
예를 들어 밤에 자극성 하제인 비사코딜을 복용하면 아침에 장 운동이 촉진이 된다. 하지만 나타나는 효과 예측 가능성이 낮고 배가 아주 아픈 경우가 많다.
유럽에서 자극성 하제에 대한 대규모 만족도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25~30%으로 상당히 낮았다.
반면 레졸로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연동 운동 촉진(기저선 대비 잔변감 없는 배변이 일주일에 2회 이상)이 잘 이뤄진다는 수치가 44%로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 수치는 레졸로 효과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 임상 수치는 기존 완하제로 치료가 어렵고 가장 치료하기 힘든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잘 검증된 설문 자료를 통해 만족도 검사를 한 것을 보면 환자들의 만족도는 70% 정도였다. 이 연구 결과 환자 역시 매우 치료하기 어려운 집단인 것을 알아야한다.
레졸로는 락사티브로 치료 효과가 불충분한 환자에게 쓰인다. 의료진은 완하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기준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하제 만족도는 환자만이 제대로 알고 있어 의사는 다소 주관적인 평가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들이 범하는 실수는 단순히 횟수로 평가하는 것이다.
대부분 내원한 환자에게 완하제를 6-12주 가량 처방한 후 다시 내원했을 때 "지난주에 몇 번이나 배변을 했느냐?"라고 묻는다.
만약 환자가 3~4번 배변을 했다고 하면 횟수만을 놓고 볼 때 의사들은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배변의 질 등으로 환자들은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횟수만 묻는 것이 아니라 더 깊게 파고들어 많은 질문이 필요한 것이다. 부작용, 예측 불허 효과 등이 그것이다.
즉 하제가 제대로 발현되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완하제 만족도를 비롯해 기대하는 정도 등 환자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만족도 평가를 위해서는 횟수, 배변 어려움 정도 등 배변 활동에 대해 상세히 그리고 통일성 있게 질문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이 의사에게도 익숙하지 않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 유럽에서는 환자들의 배변 활동에 대해 5가지 항목의 기준으로 설문지를 개발했다. 치료 후에 얼마나 개선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치료 전 대비 잔변감 개선/변의 딱딱함/부작용 등이 포함돼 있으며 조만간 관련 저널에 발표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활용하면 진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미 나와있는 기준 평가 tool 중 하나가 Bristol stool chart다.
이 차트는 그림으로 변의 딱딱함을 묘사하며 이를 이용해 변비 이야기를 환자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나 역시 병원에서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이 기준 표는 단지 변의 딱딱함에만 초첨이 맞춰져 있어 잔변감과 복부 팽창감 등 다른 부작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레졸로 복용 기간은
환자 별로 차이가 있어 표준화된 답변은 어렵다. 하지만 일단 치료를 시작한다면 최소 1달은 유지하길 보길 권한다.
이유는 이 환자가 레졸로로 치료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 할 수 있는 기간, 즉 판단 기간을 1달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4주를 사용해서 효과를 본 환자에게는 기본적으로 12주까지 쭉 사용하길 권고한다. 12주 사용 후에는 아직 표준화된 접근법이 없다.
레졸로를 재사용했을 때 효과가 반감되는 우려는 없나
영국 발표 데이터를 보자.
여기서 레졸로로 한번 치료를 하고 중단한 후 만성 변비가 재발했을 때 레졸로를 재사용했다. 결론은 효과가 처음과 거의 동일했다는 것이다.
다른 데이터를 보면 만성변비를 10년 이상 앓고 모든 치료제를 다 써봤지만 효과가 없을때 레졸로만이 듣는 환자가 있었다.
이때 환자는 12주에서 치료를 멈추기가 부담돼 12주 이상 처방을 하고 있다는 결과도 있다.
레졸로는 안전성 임상 결과에서도 2년 까지도 안전하게 효과가 유지되는 점을 확인했다. 여러 연구 결과로 레졸로를 안심하고 오랫동안 처방해도 된다는 뜻이다.
레졸로 효과를 보고 중단 했을 때 재발률은 어떻게 되는가
일단 환자의 100%가 재발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재발률과 관련돼 발표된 연구는 1건이 있으나 초록만 발표된 상태라 데이터 확보가 아직 불명확한 상태다. 이 연구에서는 60-70%가 재발한 것으로 언급됐다.
그 외에 영국에서는 레졸로로 치료를 한 환자들이 복용을 중단하자 재발한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있다.
여기서 두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레졸로로 치료를 하다가 중단하더라도 재반동(증상이 이전보다 심해지는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첫 번째 치료 못지않게 배변활동이 회복돼 중단으로 인해 효과가 떨어지는 것에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