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쯤, 혹은 6월 즈음엔 대학병원에 새로운 PK(병원 실습을 도는 의과대학생을 이르는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좁은 강의실과 촘촘한 강의록에서 갓 벗어난 학생들은 처음으로 흰 가운을 입고 교수님과 레지던트를 졸졸 따라다니며 신기한 병원 체험을 하게 되죠.
병원의 일과는 변수가 참 많습니다. 환자와 질병이 순서를 정해놓고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절한 일부 분과들은 PK를 위한 실습계획표를 미리 짜두지만, 대개 하루 일정은 당일 아침에 결정되고 심하게는 그 시간이 되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레지던트 선생님들은 과제를 봐주시다가도 응급 콜에 맨발로 뛰쳐나가시고, 응급 수술이 잡히면 강의가 무기한 연기되기도 합니다. 종일 바쁘신 스탭선생님들에게 PK는 종종 성가시거나 잊혀진 존재가 되죠. 이렇다보니 무언가를 체계적으로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병원은 떠먹여주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먹어야 한다
PK라면 누구나 한 쯤 들어보았을 어구이지만, '스스로' 만큼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작년 3월부터 이어진 1년 남짓한 실습기간동안 '좋은 실습 태도란 어떤 것일까?'는 제게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갈피를 잡기위해 한 학년 위부터 까마득히 높은 선배 의사분들께 틈틈이 조언을 구했으나 실습의 정도(正道)라 부를 만한 원칙을 쉽게 접하기는 어려웠죠.
실습 태도의 원칙 제시가 어려운 이유로는 학생들마다 원하는 PK의 모습이 다양한 것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어떤 이는 팍팍한 인턴 레지던트 병원 생활 전, 2년의 황금기를 즐기고 싶어 합니다. 반면 처음 접하는 병원생활과 환자를 보는 것이 설레어 실습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보다 전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양질의 조언들은 전자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과 4학년으로 실습 종료를 두 달 정도 앞둔 시점. 나는 실습에 충실했는가? - 새삼스레 돌아보게 됩니다. 더불어 '좋은 실습은 어떤 것인가요?' 물어오는 후배들에게, 어떤 대답을 주어야 할지 곱씹어 보았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의 실습 경험과 교수님들의 크고 작은 조언들을 모으고 다듬어 조심스레 내놓아봅니다.
성실한 PK라니, 참 재미없겠죠? 하지만 스스로 맛있게 찾아먹고픈 누군가에게, 성찰과 조언 중간 즈음에 자리한 5편의 '헌내기 PK 회고록'을 선물합니다.
1_Prologue : 병원생활의 애티튜드
2_병원의 일상 : 실습 전날 준비/병동회진/외래/수술
3_PK 소일거리 : 과제/케이스/논문읽기
4_교수님 Talk Talk : 귀중한 잔소리 모음집
5_Epilogue : I’m (almost) an do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