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을 불과 2주를 앞두고 사업과 관련된 지자체의 예산난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자치구는 관내 의료기관에 접종비용 상환이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하달한 가운데 실제로 접종비용 지급 지연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료계의 우려가 크다.
국가예방접종대상 감염병에 소아폐렴구균을 포함하는 '정기예방접종이 필요한 감염병 지정 등' 및 '예방접종의 실시기준 및 방법' 고시 일부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 기간이 오늘(18일)로 만료된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보건소와 위탁 의료기관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매칭펀드로 실시되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의 특성상 각 지자체와 자치구들도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과 관련된 예산을 편성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방의 상당수 지자체 및 자치구는 올해 사업예산 배정이 지난해 완료된 상태에서 추가로 사업예산을 편성하기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을 불과 2주여 일 앞둔 현재 자치구의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소 "예산확보 난관, 접종비 상환 지연될 수도"
관악구 A 소아청소년과의원 K 원장은 지난 17일 관악구보건소로부터 한 통의 공문을 받았다.
해당 공문은 다음달 1일부터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 지원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이었으며, 오는 25일까지 예방접종업무 위탁계약서를 송부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이 공문에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 비용상환이 지급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관악구보건소는 공문을 통해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예방접종 비용상환이 다소
지연될 수 있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K 원장은 예산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실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K 원장은 "관악구보건소의 공문대로라면 접종비용을 언제 상환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소청과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답답한 마음에 보건소에 문의해봤지만 보건소 역시 답답한 상황이라는 답변만 들었다는 것.
그는 "소아폐렴구균 예산과 관련해 보건소 담당자와 통화했는데 자기도 미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예산이 확보가 안 됐으면 사업이 미뤄지는 것은 당연한데 공문만 보내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소청과의원 "공문만 보내고 알아서 하라니.."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은 관악구 B 소아청소년과의원 L 원장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L 원장은 "별도의 연락도 없이 시행을 불과 2주 앞둔 17일에서야 공문을 받았다는데 그 내용마저 접종비용 지급 지연에 대한 양해였다"며 "이런 식의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 사업은 정말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관악구보건소 담당자랑 통화했지만 예산이 없다, 자신들도 황당하다, 노력해보겠다는 식의 대답뿐이었다"며 "보건소 담당자는 오히려 나에게 이 문제를 가지고 소청과 의사들이 왜 회의를 안 하느냐고 묻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4월에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 스케쥴이 잡혀 있던 대상자마저 5월에 무료로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5월부터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무료라는 방송이 나간 이후 접종자의 발길이 끊겼다"며 "4월에 접종해야 할 대상자마저 5월에 무료로 맞겠다고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언제 접종비용이 지급될지 모르는 상태라 소아폐렴구균 접종자를 보건소로 보낼 생각도 해봤다"며 "그러나 환자 한 명이 아쉬운 로컬에서 보건소로 보내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관악구의사회는 선예산 후시행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관악구의사회 최낙훈 회장은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 사업을 실시할 경우 연말
의료급여 지급 지연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소 늦더라도 관련 예산을 먼저 마련하고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건소 "시기의 문제, 늦더라도 지급할 것"
관악구보건소는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과 관련된 예산문제는 비단 관악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악구보건소 지역보건과 관계자는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 사업 예산과 관련된 문제는 전국이 똑같은 실정"이라며 "국가필수예방접종은 정부와 지자체 및 자치구의
매칭사업이라 구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구비 분담금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추경 편성밖에 없지만 이 역시 오는 9월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역보건과 관계자는 "정부가 당장 5월부터 시행하라며 보도자료 낸 상황에서 사업을 안 할 수는 없다"며 "문제는 예산이 없다는 것인데 그나마 추경 편성도 9월이라 5월부터 무료접종을 실시할 경우 지급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접종비용은 지급 시기에 문제가 있을 뿐 지급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상의 문제로 약품비와 행위료 등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늦더라도 반드시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