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의 수감 생활 가능 여부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허위진단서' 범위에 들어갈 수 있을까?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 일명 사모님 사건에 연루된 세브란스병원 박 모 교수가 작성한 허위진단서에서
'진단' 범위를 어디까지 볼 수 있을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용빈)는 22일 '사모님 사건' 주치의 박 모 교수가 검찰을 상대로 제기한 항소 소송의 첫 공판이 진행됐다.
앞서 1심에서 재판부는 박 교수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박 교수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를 했고,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양측이 모두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소한 것.
이날 공판은 쟁점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박 교수 측 변호인은 발표자료까지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왔지만 김용빈 재판장은 이를 제지했다.
김 재판장은 박 교수가 발급한 '허위진단서'에 대해 크게 3가지 쟁점을 제시하고 검찰측에 입증을 주문했다. 검찰이 재판장의 지적 사항에 대해 얼마나 입증을 해내는지에 따라 항소심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부분은 '허위진단서'에서 말하는 '진단' 범위를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
검찰측은 허위진단서에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 윤길자씨의 수감생활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도 '진단'의 내용에 포함시켰다.
김 재판장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실 뿐만 아니라 판단도 진단범위에 들어간다. 여기서 판단은 의학적 판단이어야 한다. 수감생활 가능 여부를 의사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인가"라고 검찰에 질의했다.
그러면서 "규범적 판단도 허위진단서에 포함된다는 부분에 대해 법리적 정리가 필요하다"고 검찰측에 주문했다.
박 교수가 아닌
전공의가 서명한 진단서에 대한 책임을 왜 박 교수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이 입증해야 할 부분이다.
박 교수가 3번에 걸쳐서 사모님에게 발행한 진단서 중 2개의 진단서의 전자서명이 박 교수의 이름이 아닌 전공의 이름으로 돼 있다.
검찰은 박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던 전공의가 박 교수의 지시를 받고 한 서명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는 박 교수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재판장은 "문서의 개념은 소송을 당사자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본인이 직접 서명날인하지 않는 것을 왜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문서작성죄에 대해 검토해서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수감자의
'스트레스'가 암의 재발을 가져올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증명해야 한다.
검찰은 암의 재발 증거가 없는데 수감 생활이 암의 재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진단서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대해 김용빈 재판장은 "스트레스가 암의 발생에 관여한다는 것은 의학적 상식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수감자의 스트레스도 암의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달 중순 2차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