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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사 관계 글로만 배워야 하나

울산대 의대 본과 3학년 한중원 씨


한중원
기사입력: 2014-04-28 11:18:29
의과대학생은 방대한 양의 기초의학, 임상의학 학습을 마치면 흰 가운을 입고 PK (Polyclinic)라는 신분으로 병원에서 실습을 돌게 된다. 병원 마다, 과 마다 실습 과정은 매우 다양하지만 보통 특정 환자를 배정받아 문진과 진찰 등을 시행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발표하는 Case Presentation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뽑힌다.

학생들이 선호하고, 또 교육 담당 교수 혹은 전공의가 선호하는 경우는 대개 환자의 병력이 복잡하지 않고, 성격이 호의적인 경우이다. 그 외에 질병이 주요 질병인지, 즉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질병인지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환자-의사 관계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두꺼운 파일홀더를 들고 다니며 쭈뼛쭈뼛 말을 거는 누가 봐도 어수룩한 실습학생이더라도 병실에 누워있던 환자에게는 예비의사, 즉 준-의사선생님이다. '약 먹으면 좋아질까요?', '지금 많이 심각한가요?' 등의 질문에 대비되어 있어야 한다.

취조하듯이 급하게 문진하고 뭐가 보이는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지 열심히 진찰을 다 마치고 이런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지기 마련이다. 특히 답해줄 내용이 부정적인 것밖에 없는 경우에는 더욱 난감해진다. 일단은 대충 둘러대고 자리를 허겁지겁 피하지만 향후 실제 의사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은 의사일지 의문이 가득하다.

의사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이 추가된 뒤로 모의 환자 진찰(CPX)에 대한 다양한 수험서들이 출판되었다. 책 서두에는 약속한 듯이 모두 환자-의사 관계에 주의하라고 당부의 말을 적어두었으며 환자에게 반말을 한 경우, 환자가 울자 같이 우는 경우 등의 황당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국시원이 발표한 의사 실기시험 항목에는 나쁜 소식 전하기, 가정 폭력, 금연 상담 등의 환자-의사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항목이 꽤 비중을 차지한다.

또 올해부터는 자살, 성폭력 등의 문항도 추가되어 그 비중이 더욱 늘어났다. 수험서에서 위 항목에 대한 단원을 살펴보면 암기(暗記)형 내용 외에 별다른 것이 없다. 특히 '나쁜 소식 전하기'에 관해서는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환자의 5단계 반응과 SPIKES Protocol에 대해서만 나열하고 있다. 내용의 특성상 글로써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만, 그렇다고 글 이외의 방법으로 교육을 받았는지는 기억에 없다.

sympathy, empathy 등의 의사의 덕목에 관한 시험 문제를 풀어본 적은 있지만 그들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젠가 2시간 정도 외래 참관을 한 적이 있는데, 환자들 중 검사에서 갑상선암 소견을 보인 경우가 꽤 있었다. 나중엔 교수님의 첫 마디에서 이를 알 수 있었다. "본인이시죠?" 라는 질문은 백이면 백 갑상선암이었다. 이 경우 "본인이시죠? 갑상선암입니다. 치료는 앞에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라는 세 문장이면 거의 진료가 끝났다. 근래에 갑상선암 조기 검진에 관한 논란으로 시끄러웠긴 해도 그래도 암은 암인데, 라는 생각에 갸우뚱하고 있으니 환자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어리둥절해하며 진료실을 나갔다.

상황이 다양한 만큼 환자-의사 관계도 다양한 정답이 있겠지만, 상황을 접하면 접할수록 정답과 오답 사이의 경계가 점점 불분명해진다. 스스로도 그 불분명한 영역을 택할까봐 생긴 작은 걱정은 없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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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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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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