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찾아 학회 삼만리. 요즘 제약사들이 즐겨 택하는 주요 마케팅 방식 중 하나다.
부산에서 학회가 열린다면 지방 영업소는 물론 서울 본사에서도 관련 직원들이 총출동된다.
실제 지난 8~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27차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는 의사보다 제약사 마케팅 및 영업 직원이 많을 정도였다. 어떤 곳은 20명이 넘게, 어떤 곳은 부사장이 직접 출연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키닥터가 총집결하는 만큼 제약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케팅 장소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흥미롭다.
학회가 리베이트 오해 소지가 없는 공개 장소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의사와 제약사 만남 자체를 리베이트로 여기는 사회적 시선 탓에 공개 장소의 마케팅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그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약사는 의사와의 만남 시 밀폐된 공간을 좋아했다. 진료실, 골프장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약 잘 써달라'며 모종의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가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작은 쌍벌제가 기점이다. 이후 제약사의 밀실 마케팅은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검은 거래는 있지만 이전에 비하면 크게 투명해진 것이 사실이다.
"의료인은 물론 제약사도 진료실 등 밀폐된 공간에서의 만남을 꺼려한다. 현재는 클린 영업이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 됐다. 의식 자체가 변했다. 학회장에 제약사 직원이 몰리는 것은 달라진 제약업계를 대변한다."(A제약사 임원)
의사 찾아 학회 삼만리.
공개된 장소에서 정정당당 마케팅을 진행하려는 제약업계의 달라진 얼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