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는 지난 9일 제37대 회장에 단독 출마한 박상근 백중앙의료원장을 만장일치로 추대 선출했다. 박상근 신임 회장은 신경외과학회 보험이사를 시작으로 병원협회 보험위원장과 병원장을 역임한 건강보험 및 병원경영 분야 전문가로 정평 난 인물이다.
그의 공약과 당선 인사말 핵심도 '병원경영 및 건강보험 제도' 개선이다. 박 회장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병원경영을 정상화하고, 대국민 신뢰 회복과 동시에 글로벌 경쟁시대 국익창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병원경영합리화, 의료행위 표준화 및 심사평가 합리화, 의료산업 활성화 등 3대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신임 회장으로서 3천 여개 전국 병원들이 목말라하는 핵심 코드를 명확히 짚은 것이다. 박상근 회장은 특히 업무 수행 키워드로 '참여, 소통, 화합'을 꼽았다. 이는 중소병원과 전문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대학병원 등 지역별 직능별 나눠진 병원계를 조율하겠다는 의미이다. 식견을 겸비한 박상근 회장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큰 우를 범했다. 의료계라는 생태계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병원들의 생존과 발전의 근간에 의원급이라는 주춧돌이 자리 잡고 있다. 건강보험 지속성과 선순환의 전제조건이 동네의원과 병원의 '상생'이다. 이미 상당 수 대학병원이 생존 전략으로 협력 의원을 통한 진료의뢰, 회송 시스템을 자생적으로 가동 중이다.
병원계 수장의 청사진에 의원급과 협력 방안이 빠진 것은 자칫, 의료계 신뢰 구축에 오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가협상에서 의원급을 대표하는 의사협회와 관계개선도 박상근 회장이 풀어야할 과제이다. 의료계를 억누르는 건강보험 제도와 보장성 강화는 모든 의사들이 함께 넘어야 할 파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