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부작용에 무정자증이 있다'는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500만원을 배상해야 했던 서울대병원이 항소심에서 반전을 만들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최근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으로 항암제 치료를 받던 환자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대병원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대병원에서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A씨는 항암제
씨타라벤, 자베도스, 미트론 치료를 받던 중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병원 측에서 항암제 투여 설명을 할 때 생식기능 관련 부작용 설명을 하지 않아 정자보관 등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해 무정자증으로 가임력을 상실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대병원은 A씨에게 쓴 약이 무정자증과 무관한 약품이라서 무정자증은 예견할 수 없는 위험이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없었다고 맞섰다.
그리고 정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암제인
싸이톡산과 부설팩스를 쓸 때는 생식기능 장애 가능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없다. 해당 약제는 무정자증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더라도 생식기관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약제임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이 환자에게 2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대병원은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소를 했고, 재판부는 병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환자 측이 제시한 증거 자료인 진료기록 감정 촉탁결과와 대한약사회 홈페이지 의약품 정보에 대한 해석이 재판부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관련 증거를 더 엄격하게 해석했다.
법원은 2건의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하나는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투약 때문이 아니거나 환자 스스로의 결정이 관련되지 않은 사항일 때는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의사의 의료행위 때문에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 의료수준에 비춰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환자에게 투여한 항암제들이 무정자증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약제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약품 부작용에 관해 가장 고도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제조업자가 제공하는 시타라빈 등의 약품 설명서에 부작용으로 무정자증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혈액종양내과 관련 의학서에 따르면 해당 항암제 때문에 무정자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거나 무관하다. 통상적으로 예견된 위험도 아닌 관계로 원고에게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