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부산의 한 병원에서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던 60대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환자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호흡과 맥박이 약해져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해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로컬에서의 수면내시경검사 및 수면유도제 사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수면내시경은 잠을 자면서 검사를 하기 때문에 비수면내시경검사에 비해 고통이나 공포를 느끼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앙대학교병원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내시경검사를 받은 16만 462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0%에 가까운 이들이 수면내시경검사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검사 수가 증가함에 따라 수면내시경검사를 받던 중 사망하는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부산 모 병원에서 대장 수면내시경을 받던 환자가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1년에는 민주당 중앙당의 한 고위 당직자가 건강검진을 위해 수면 대장내시경을 받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문 의료진과 응급장비가 없는 의료기관에서의 수면마취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A종합병원 소화기내과 P과장은 "수면유도제는 균형상실이나 운동실조(ataxia)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 수면유도제는 드물지만 무호흡 또는 저호흡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응급조치를 하면 대부분 회복이 가능하지만 응급장비가 없거나 전문 의료진이 없는 상황이라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최봉춘 회장(세연통증클리닉 원장)도 "프로포폴의 경우 비 마취과에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특히 응급장비를 준비하지 않고 사용할 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수면내시경검사는 반드시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에서 받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고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의료현실, 의사탓만 해선 안 돼"
그러나 의원급 의료기관이 수면내시경검사를 위해 마취과 전문의를 고용 또는 초빙하려 해도 경영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검사 수가 등의 의료 왜곡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해결방안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높다.
서울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용철 교수(대한통증학회 차기회장)은 "지금과 같이 수면내시경검사 수가가 낮은 상황을 감안할 때 로컬에서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하거나 고용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이라며 "의료적인 왜곡이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실은 이상과 큰 차이를 갖고 있다"며 "의료적인 요구와 (정부에서)해주는 것의 차이가 평행선 달려야 한다. 이를 의료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료 왜곡이 개선되지 않는 한 수면내시경검사로 인한 사고로부터 안심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수면내시경검사가 러시안룰렛도 아니고 환자들은 언제 자기가 피해를 입을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되면 결국 간단한 검사도 전부 대학병원에서 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적인 왜곡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면내시경검사에 따른 사고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사고만으로 미 마취과 수면유도제 규제 주장은 부적절"
한편 수면유도제가 가진 부작용만을 부각해 특정 진료과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프로포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마취과 의사가 있을 때만 쓰자는 주장이 있다"며 "그러나 프로포폴은 내과에서도, 성형외과나 산부인과에서도 사용하는데 마취과 의사가 있을 때만 써야 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수가에 담보돼 있지 않다보니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하기도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부작용이 있는 약물은 의료인으로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지 사용자에 제한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프로포폴과 같은 약물은 의료인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사용해야 하는 약"이라며 "이를 제도적으로 규제를 둔다거나 사용자에 제한을 두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반드시 마취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마취에 따른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의사로서 기본 소양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회장은 "수면유도제를 자주 사용하고 그 약에 대해 환자의 반응을 자주 관찰할 수 있었던 경험들은 당연히 존중해줘야 하고 주로 마취과 선생들이 경험했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의사라면 누구나 환자에게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조치할 수 있는 기본적 능력과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제대로 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에 따라 최악의 경우 소생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는 있다"며 "그런 상황 하나 때문에 약에 대한 규제나 그 약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일부 한정된 의사에게만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