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울산의대 기숙사에 때 아닌 홍역 비상이 걸렸다. (메디칼타임즈 기사 참조 : 울산의대 홍역 '초비상'…아산병원 실습 중단 http://www.medicaltimes.com/Users4/News/newsView.html?ID=1090008 )
먼저 아는 한도 내에서 사건의 재구성을 해보겠다, 서울아산병원 배치도의 신관 끄트머리, 즉 올림픽대교 남단 건너편에 위치한 '아산패밀리타운'은 울산의대 학생들 외에도 울산대학교 본교의 수도권 교류학생들도 거주하는 기숙사이다. 수도권 교류학생들은 1~2학기를 서울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수학하는 학생들로 소속 학과도 다양하다.
그 학생들 중 한 명이 지난 5월 16일 금요일에 홍역 진단을 받았다고 학교 측에 알렸고, 학교와 병원 측은 단 이틀간의 주말 동안 수많은 회의를 가졌다고 했다. 기숙사는 2인 1실에 호실 별 화장실도 따로 있는 구조에 의대 학생들은 그들끼리만 거주하는 층이 있어 의대 학생들에 전염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지만, 그 뒤 월요일이 되자마자 홍역 대응 가이드라인이 재빨리 가동되었다.
홍역 진단을 받은 학생과 룸메이트, 또 친하게 지내던 다른 학생까지 이미 주말 사이에 학교 측에서 공간을 마련하여 격리 조치를 시행하였고, 월요일 아침부터 기숙사 거주 학생들에게 모두 홍역 예방접종을 맞게끔 하였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 간 아침부터 밤까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기숙사 1층에서 예방 접종을 맞을 수 있었고, 안 맞은 학생은 외부에서도 꼭 맞은 뒤 확인하게끔 하였다. 또 언제나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끔 하고, 모든 학생들이 이용하던 병원 내 직원식당도 남은 5월 동안 출입을 금지시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이 있는 학생들은 점심시간 1시간 중 30분은 꼬박 걸어야 했다. 내과 실습 막바지였던 본과 3학년 학생들은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간의 실습 일정이 취소되었다. 일정이 취소되었던 것에는 시험도 있던 터라 내심 반갑긴 했지만 꽤나 번거로운 조치들임에는 분명했다.
놀라웠던 것은 예고도 없이 진행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시에 대한 이행률이 굉장히 높았다는 점이다. 예방접종은 당연히 전원이 제 시간에 맞았고, 마스크 착용과 식당 이용 등에 관한 지시도 잘 따랐다. 당연하게도 일부 눈치껏 요령을 피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서는 의심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고 홍역 진단을 받은 경우도 없어 가장 우려했던 학생-매개 전파를 막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병원, 학생들까지 모두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효과적이었던 선례를 갖는 대처법을 공유하게 되었다.
애초에 홍역의 전염성이 떨어지거나 혹은 어렸을 적 맞았던 예방 접종이 효과가 뛰어나 사고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대책 수립->지시 전달->지시 이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작용했음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의 영역인 대책 수립과 지시 전달은 논외로 치고, 지시 이행이 잡음 없이 잘 이뤄진 데 있어서는 학생들끼리도 스스로 놀라 이유를 추측해보기도 했다. 어떤 학생은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의대 문화를 답습한 것이 그 원인이 아니냐는 자조적인 추론을 펼치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은 환자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는 의대생이기에 그런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러나 어떤 것 도 단순하면서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다만 그 때로부터 1달 전 일어났던 가슴 아픈 참사가 떠올라 다시금 아쉽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또 그 사고도 추론의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