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장 선출 방법에 대한 정갑영 총장의 합의안을 세브란스 교수들이 거부하고 나서면서 재단과 교수간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재단과 총장은 제시한 안을 기반으로 이미 의료원장 선출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두명의 의료원장이 나오거나 허수아비 수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세브란스 자율권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교수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정갑영 총장이 제시한 합의안을 거부하고 투쟁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25일 "합의안에 대해 90%에 가까운 교수들이 거부의 뜻을 보인 만큼 장기 투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세브란스 자율권을 지키기 위한 교수들의 의지를 확인한 이상 지속적인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전체 교수 투표에서 참여자 369명의 대부분(87.7%)가 총장의 합의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정갑영 총장이 인사권과 재정권 등 세브란스의 자율권을 존중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78%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고 90%의 교수들은 세브란스 자율권 수호를 위해 정관을 개정하고 재단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처럼 교수들이 총장의 합의안을 거부한 채 정관 개정과 재단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연세의료원장 선출에 대한 갈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정 총장은 합의안을 제시한 뒤 이에 맞춰 의료원장 선출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극한 충돌이 불가피하다.
앞서 연세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의료원장 선출 일정을 확정하고 공지 메일을 통해 이를 전체 교수들에게 통보했다.
오는 7월 1일까지 후보 등록과 서류제출을 마감하고 4일 18인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총 3인의 후보자를 추천해 교원인사위원회와 이사회의 동의를 받는다는 일정이다.
즉, 앞서 정갑영 총장이 합의안으로 제시한 내용대로 선출 일정을 확정해 통보한 것이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이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합의를 진행하는 중에 일방적으로 선출 일정을 확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더욱이 합의안을 수용할지에 대한 교수 투표를 진행하는 중에 이처럼 기습적으로 선출 일정을 정한 것은 교수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 중론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까지 진행하며 최대한 총장의 의견을 존중했는데 일방적으로 의료원장 선출을 시작한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총장이 일방적으로 진행해 선출한 의료원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교수 평의원회를 중심으로 별도로 선거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만약 재단과 총장이 의료원장 선출을 강행할 경우 교수들이 인정하지 않는 허수아비 의료원장이 나오거나 최악의 경우 두명의 의료원장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우선 투표를 통해 교수들의 의견을 확인했으니 교평 등을 통해 교수들의 의견을 취합해 가며 추후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며 "하지만 총장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반대시위와 총장 퇴진운동은 물론, 호선 결과 공개 등의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