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의 뜻에 따라 수혈을 하지 않은 의사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26일 여호화의 증인 신도인 환자의 요구로 무수혈 방식 인공고관절 수술을 하다가 수혈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하지 않아 환자를 사망케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책임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광주에 있는 C대학병원에 입원한 환자 A씨는 골반과 넓적다리뼈 유합수술을 받은 후, 통증이 있자 우측 고관절을 인공고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받길 원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수술을 맡을 정형외과 의사에게 무수혈 수술을 원한다고 했다. 그리고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까지 병원에다가 냈다.
A씨는 평소 '여호와증인'의 신도로 다른 사람의 피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교리를 생명보다 소중이 하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의사는 무수혈 수술이 가능하지만 수술 상황에 따라서는 수혈을 하지 않으면 출혈 때문에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에 참여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역시 환자의 딸에게 수술 도중 대량출혈 발생 가능성이 있고, 이 때 수혈 안하면 사망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설명했다.
수술 시작 직전에도 수혈 거부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그렇게 수술은 시작됐고, 결국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닥쳤다. 의료진은 환자의 가족들에게 수혈 여부를 물었지만 가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수혈에 동의한다'는 가족들의 합의가 이뤄졌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검사는 정형외과 의사가 무수혈 방식으로 수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과실, 응급상황에서 수혈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업무상과실치사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가지 과실에 대해서 모두 무죄라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의무와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충돌할 때 원칙적으로는 후자가 우선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자기결정권이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면 의사는 자신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어느 하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위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이런 판단을 위해서는 자기결정권 행사에 하자가 없어야 하고, 무수혈 방식으로 수술할 수 있도록 판단함에 있어서는 통상의 방식에 의한 수술보다 의사의 주의의무가 가중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