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갔을까.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난달 6일 그곳에는 비급여 백신 가격표 배너가 버젓이 놓여져 있었다.
신장개업 A의원 입구 길거리에 놓여진 예방 백신 가격표 배너는 행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타 병원보다 크게 저렴한 예방 백신 가격이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대상포진백신 '조스타박스'는 13만2000원,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은 10만2000원에 불과했다. 시중가 평균보다 5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이었다.
당시 A의원 원장을 만나 백신 가격이 궁금하다고 했다. 6월 신장개업 이벤트란다. 그리고 꼭 맞아야하는 예방 백신을 돈 때문에 못 맞아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고가의 백신 위주로 가격 할인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후로 25일 후. 기자는 A의원을 다시 방문했다. 6월 신장개업 이벤트 마지막날이었다.
아직도 A의원 입구에는 백신 가격표 배너가 세워져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했다.
메디칼타임즈에서 2편에 걸쳐 보도된
<신규개원 A의원 백신가 폭탄세일…개원가 '휘둥그레'>, <비급여 백신가격 길거리 홍보…복지부 "법 위반 무관"> 이후 주변 동료 의사들로부터 적잖은 항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기사 보도 후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비급여 가격은 세금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나만 잘 살자고 하는 덤핑 가격 할인은 질서를 무너뜨린다. 마지노선은 지켜야한다"는 항의성 글이 올라왔다.
아니나 다를까. 30일 현장에는 백신 가격표 배너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신 'A의원 개원 9층 365일 쉬는 날 없이 계속 진료합니다. 절대 한의원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진 배너가 놓여져 있었다.
A의원을 다시 찾아 이유를 물었다.
원장은 기사 후 가격 항의 관련 신고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고충이 상당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비급여 가격 홍보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가격 항의 신고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가격 이벤트는 6월에 종료되며 이후로는 가격을 조금 올리는 등 다른 방식으로 마케팅을 할 예정이다. 여전히 예방 백신으로 돈 벌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의료질서를 해하지 않는 한 비급여 진료 비용 노출이나 할인을 통한 환자 유치는 가능하다. 때문에 A의원의 길러기 백신 가격 홍보는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A의원 홍보 방식을 문제 삼을 수 없다. 다만 백신 종류별로 가격 홍보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