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인 에이미(본명 이윤지) 씨가 수면제인 '졸피뎀'을 의사 처방없이 복용하다 적발된 사건과 관련해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과 동일한 법으로 관리할 경우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국민적 오해와 불신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달 29일 졸피뎀을 복용하다 적발된 에이미 씨에 대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에이미 씨는 지난해 11월 29일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네차례에 걸쳐 졸피템 수십정을 받아 이 중 일부를 복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류로 오인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모든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류로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 또는 남용할 경우 인체에 현저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면 마약류로 취급돼 엄격한 관리와 처벌 규정이 적용된다.
특히 일부 언론 등에서는 지난 2012년 에이미 씨가 프로폴을 상습 투여하다 적발된 과거 전력을 예로 들며 또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고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수면제인 졸피뎀을 마약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노만희 회장은 "졸피뎀은 향정신성의약품 중 하나인 수면제의 일종이지 마약은 분명히 아니다"며 "최근 기사 내용만 보면 에이미 씨가 마약복용을 한 것처럼 오해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의해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노 회장은 "졸피뎀 등의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으로 분류된 것은 아니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을 관리하는 법이 마약류에 관한 법률로 돼 있다"며 "이런 이유로 향정신성의약품 때문에 문제가 되고 죄목은 마약류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법에 따르면 필로폰을 복용하다 걸린 사람이나 에이미 씨처럼 수면제를 의사의 처방없이 복용하다 걸린 사람이나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모두 마약으로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 회장은 "처방없이 수면제를 복용하다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는 마약류 위반이라는 단어가 기사 제목으로 뜨게 되고 그 결과 일반인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치 마약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며 "특히 수면장애로 졸피뎀을 복용하는 환자들도 그런 기사를 접하면 자신이 마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향정신성의약품에 관한 법을 따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현행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로 인해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를 위반한 의사들조차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노 회장은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과 구분해 향정신성의약품에 관한 법률이 따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며 "의사들 역시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를 잘못해서 문제가 되면 마약류 관리 위반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국회를 통해 개정하려고 노력해봤지만 잘 안 됐다"며 "(정부는)향정신성의약품을이 법을 따로 만들 정도로 범위가 넓지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며 "마약류로 관리할 수 있는데 굳이 법을 따로 분류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전문가적 의견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마약정책과 관계자는 "협회나 의사단체 등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을 관리하는 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의를 받아본 적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현행 법으로도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예전에는 향정신성의약품과 마약류가 따로 돼 있다가 합쳐진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보다 관리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법으로도 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는 일부 공감했다.
그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으로 오해할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며 "관련된 의견이 들어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