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또 다시 전공의 선후배간에 폭행사건이 접수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판단이 어려울 만큼 경미하다는 점에서 이를 폭력으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병원이 고민에 빠져있다.
29일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A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선후배간 폭행사건이 일어나 병원에서 자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접수돼 조사중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폭행의 정도다. 과연 이를 폭행으로 봐야 하느냐의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당시 벌어진 상황은 이렇다.
당시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던 후배 전공의 B씨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응급실 밖 보호자용 의자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이를 본 선배 전공의 C씨는 '어디서 잠을 자냐'며 볼펜으로 뒷머리를 수차례 쳤다.
하지만 이 사건은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 문제는 다음날 일어났다.
지시한 일을 깜빡 잊어 해놓지 못한 것을 알아챈 선배 전공의가 '똑바로 좀 하자'며 다시 파일로 머리를 수차례 친 것이다.
그러자 이 후배 전공의는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며 부모에게 알렸고 그 부모가 병원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병원이 고민에 빠져있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전공의 폭행 민원을 접하고 서둘러 조사에 들어갔지만 주의를 주기 위해 볼펜으로 머리를 친 것 외에는 다른 폭력 행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후배 전공의는 이외에도 크고 작은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황이나 증거는 전무한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을 수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를 폭력으로 봐야하는가는 솔직히 난감한 문제"라고 털어놨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내용이 모호한데다 공식적인 민원이 접수되지 않아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사실 전공의간 폭력 등은 전후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대전협이 나서기가 애매하다"며 "특히 이 문제의 경우는 더욱 애매한 사건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