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7일 시행됐지만 대다수 의료기관들은 유예 기간을 믿고 여전히 기존대로 예약을 접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제도적 허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좀 더 법을 보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단은 기존대로…이제부터 준비하자"
지난 7일 <메디칼타임즈>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대안암병원, 중앙대병원 등 서울시내 5개 대학병원에 예약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유예기간 때문인지 기존처럼 주민번호로 진료 예약접수를 받고 있었다.
서울대병원은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홈페이지 게시판에 홈페이지를 통한 진료예약은 불가하다는 내용의 공지를 띄웠다.
병원 측은 안내문에 "병원 특성상 중증환자가 많아 불명확한 개인정보에 따른 신원확인 미비로 자칫 환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홈페이지에 현재 진료예약시스템을 개편 중으로 한시적으로 기존처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 예약접수를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그 외에 서울성모병원, 고대안암병원, 중앙대병원 등 대학병원은 홈페이지상의 초진환자 예약의 경우 간편예약 서비스를 도입, 이름과 연락처만으로 예약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일단 환자가 이름과 연락처만 적어 예약을 하면 다시 전화를 걸어 예약접수를 완료하는 식.
이는 홈페이지상에서 보면 이름과 연락처만으로 예약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병원 콜센터에서 다시 연락해서 기존처럼 주민번호를 확인한 후에 예약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병원 입장에선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도 완벽히 준수하지 못하면서 예약하는데 또 하나의 절차만 늘어난 셈이다.
공단검진 주민번호 없이는 수진자 자격 확인 안돼
아직 유예기간이 남은 탓에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예상밖의 제도적 허점도 발견되면서 의료기관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7일, A중소병원 콜센터 직원은 건강보험공단 검진예약 접수를 진행하다가 아차 싶었다. 수진자의 주민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예약이 안되기 때문이다.
일단 수진자 자격조회를 해서 검진대상자인지 확인을 해야 예약이 가능한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A중소병원장은 "한시적으로 유예기간이니 다행이지 만약 7일부터 모두 시행했다면 대혼란이 벌어졌을 것"이라면서 "6개월 내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분야에선 이처럼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수시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6개월 이후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의료기관 개인정보보호 시스템 구축 완료
이처럼 여전히 기존 방식을 유지한 병원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비한 의료기관도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인 하나이비인후과는 전화예약을 할 때에도 생년월일과 연락처만으로 예약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존 환자들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모든 환자 정보에 대해서는 암호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심지어 홈페이지 관리자라도 환자 정보를 마음대로 열람할 수 없다.
하나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암호화 프로그램을 구축하는데 약 3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면서 "개인정보보호는 의료기관이라고 피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고 판단,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